유남규 힘-기술-지구력 3박자 조화 절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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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탁구신동」유남규(25·동아증권)가 건재를 과시, 제42회 외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5월)를 4개월 앞둔 한국남자탁구 계에 보랏빛 희망을 안겼다. 절정기에 올라 있다는 평가를 받는 김택수(대우증권)의 파워드라이브에 유남규의 재기 발랄한 기교드라이브가 가세, 오는 5월 스웨덴에서 벌어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남자탁구사상 처음으로 우승도 노려봄직 하지 않겠느냐는 당찬 기대 때문이다.
이 같은 탁구 계의 야 심은 유남규의 이날 우승이란「결과」보다 우승에 이르는「과정」 이 훌륭했던 탓.
기 싸움으로 불리는 세계랭킹1위 발트너(스웨덴)와의 준결승, 힘 다툼으로 일컬어지는 세계3위 페르손(스웨덴)과의 결승에서 모두 승리, 88년 서울올림픽 우승이래 만 51개월만에 내용 있는 탁구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흔히 탁구 인들은 승부의 3요소로 파워, 지구력, 테크닉을 꼽는데 92바르셀로나 올림픽 챔피언인 발트너와의 경기는 파워나 지구력대신 테크닉에서, 1m86cm의 장신으로 91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페르손과의 일전은 기교보다 파워와 지구력에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유는 이날 발트너와의 대결에선 기 싸움의 시작인 서브에서 주도권을 잡아 예상 밖의 낙승을 이끌어 냈다. 한가지 서브동작으로 회전과 무 회전의 서브를 넣던 유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이후 갈고 닦은 비장의 횡 회전서브를 고비 때마다 구사하며 발트너를 농락, 3세트에선 단8점만 내주는 승리를 거둔 것.
유는 또 페르손과의 결승에선 짧은 서브나 리시브를 이용, 페르손을 테이블 앞으로 끌어들인 뒤 드라이브 연타공격을 펼치거나 휴식시간을 틈타 페르손과 함께 간식을 먹는 등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 지구전을 펼친 끝에 3-2의 승리를 따내는 노련함을 뽐냈다. 아무튼 이날 오랜만에 획득한 단식타이틀로 자신감을 회복한 유남규는 1만 달러의 거액상금을 서울에서 차지,「상금과 홈 경기에서 강하다」는 특유의 징크스를 재 입증하기도 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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