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島 사랑하는 2004년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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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금 독도는 공해상에 외롭게 버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조금씩 잊어가는 사이에 독도는 일본 섬 '다케시마'가 될 수 있어요. 2004년 새해에 독도 사랑의 불꽃이 타올랐으면 합니다."

20여년간 독도 지키기 운동에 참여한 공인회계사 이수광(李秀光.61.안건회계법인)씨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독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며 "이대로 독도 문제를 방치하면 멀지 않은 장래에 독도가 일본 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 있습니다. 현재 해안경비대 소속의 경찰 40여명이 동도에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본 우익 강경파들이 서도에 몰래 상륙하는 불상사가 벌어져도 해양경비대가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럴 경우 일본 자위대가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독도를 점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독도의 동.서도는 한반도의 운명처럼 분단될 수도 있어요."

경영학 박사인 李씨가 독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1년 사단법인 자연보존협회가 각계 전문가 1백명으로 구성한 독도종합학술조사단에서 수중탐험대장을 맡으면서부터. 지금까지 모두 다섯차례 독도를 찾아 학술조사를 했고, 지난해 11월엔 해양 에세이 '독도는 일본땅'(중앙M&B)을 펴냈다. 요즘도 민간단체.학교 등의 요청에 따라 독도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독도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어릴 때 경북 포항의 바닷가에서 자라 바다를 사랑하게 됐다는 그는 바다 지킴이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79년 한국수중탐험대를 창설, 국내 대부분의 섬을 찾아다니며 학술조사를 했다. 또 해마다 여름에 한국청소년해양학교를 열어 포항.제주도 해변에서 청소년들에게 수중 탐험을 가르쳤다. 수중 탐험의 대부로 불리는 그에게서 스킨 스쿠버를 배운 사람도 1만여명이 넘는다.

그는 또 국제 사회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인식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서서히 번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얼마 전 홍콩에서 아시아 각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한국 땅이라는 응답자는 20%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독도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빚어진 현상입니다."

李씨는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했다. "독도 입도허가제를 없애야 합니다. 우리 땅에 자유스럽게 드나들어야 독도가 명실상부한 우리 영토가 되죠. 또 독도 방어를 군인에게 맡겨야 합니다. 민간인이 살지 않는 독도에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상주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李씨와 함께 자연보호운동을 한 이인규 전 서울대 교수는 "李씨가 사비를 털어 한국청소년해양학교를 운영하고, 독도 학술조사에 매달려 부인의 마음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지극한 바다 사랑 때문에 '바다에 미친 돈키호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글=하재식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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