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이 대표쪽인가 중립인가/여전한 당내영향력 향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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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DJ,「이심전심 화법」으로 이기택 지지 시준/김상현·정대철 진영선 계속 “중립이다”해석
민주당의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대중 전대표의 의중(김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대표가 정계를 은퇴했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당내에서 절대적인데다 오히려 은퇴선언을 계기로 일반국민으로부터 더 큰 동정과 인기를 얻고있기 때문이다.
김 전대표는 정계은퇴를 이유로 공식적으로는 누구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지만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알아듣게 뜻을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 경선참여를 분명히 하고있는 이기택대표,김상현·정대철최고위원 등은 각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금심」을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계측은 「김심」이 이 대표를 확실하게 낙점해 이미 대세는 굳어졌다고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측은 낙점론의 근거로 김 전대표가 정계은퇴선언후 동교동 측근들에게 개인적으로 이 대표 지지를 표명했으며 이 대표가 일단 대표로 선출되는 것이 순리라는 뜻을 확고하게 갖고있다는 것이다.
김 전대표는 대선기간중 『나의 대통령선거 당락에 관계없이 이 대표가 당권을 갖는 것이 순리』라고 말한바 있다.
또 김 전대표는 대선후 『당내에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있고 김상현·김원기최고위원 등에게 대표출마의 「자세」를 은근히 권했다고 한다. 특히 「김심」의 향방을 알려주는 가늠자인 한광옥·권노갑·한화갑·김옥두·최재승의원 등 동교동 친위사단들의 이 대표 지지발언 및 신주류 형성 제의 등은 당권경쟁에서 김 전대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측은 당권경쟁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판단,최고위원 경선에 나설 동교동계 한광옥·권노갑의원과의 신주류 연대보다는 오히려 계파를 초월하겠다는 탈계보 선언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의 탈계보선언 계획은 신주류연합이 수구세력의 연합이라는 일부 비판이 있는데다 이 대표가 대표당선 이후에도 상당기간 「김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기반으로 하고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인 김상현최고위원은 『지금 시점에서 「김심」은 완전한 중립』이라고 주장한다.
김 최고위원측은 김 전대표가 은퇴직후 동교동에서 여러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이 대표를 지지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최근 10일동안 김 전대표를 만난 사람들은 「김심은 오히려 중립이라고 느꼈다」고들 말하고 있다』고 최근의 「김심」을 강조한다.
김 최고위원은 19일 『김 전대표는 최근 「나는 은퇴한 사람이며 대표경선에서 중립을 지킬 것이니 알아서들 판단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김심」의 이 대표 낙점론을 부정한다.
김 최고위원의 핵심측근인 신기하의원은 『김 전대표의 순리론은 김 전대표 은퇴후 한자리가 공석이 된 공동대표를 뽑지않고 전당대회까지 3개월간 이 대표를 단독대표로 남게한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 측근들은 그가 대표가 되면 당권과 대통령후보를 분리하는 역할분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김영삼차기대통령이 실정을 거듭할 만일의 경우 김 전대표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김 최고위원측의 당권장악이 오히려 김 전대표에게 유리하다는 논리를 은근히 풍기고 있다. 이는 김 전대표의 은퇴로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호남의 신민계에 강한 메시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경쟁자 정대철최고위원은 「김심」의 이 대표 경사를 인정하면서도 「김심의 중립」을 희망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동교동에서 김 전대표를 만나고 나온 사람들이 「김심」이 이 대표를 지지하는 순리론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동교동측은 이 대표가 경선에서 패배한다면 김 전대표가 대선에서 이 대표와 민주계를 이용해 먹고 버렸다고 비난받을 것을 가장 우려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대표가 선출되는게 순리라고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신민계를 중심으로해 이 대표의 지도력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아 이 대표가 반드시 낙승할 것이라고 장담만은 할 수 없다.
특히 오는 26일 김 전대표가 영국으로 출국하면 그동안 김 전대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침묵하던 목소리들이 일시에 터지면서 이 대표를 집중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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