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자신감 넘치니 술술 풀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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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회사 분위기는 가족적=만년 2등이던 회사가 1위로 올라서면서 회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93년 하이트를 처음 선보였을 때 사무직까지 영업에 가세했다. 전 직원이 오전에 자기 업무를 마무리하고 오후엔 서울 시내 소매점을 돌며 제품을 홍보할 정도로 똘똘 뭉쳤다. 시장점유율이 커지고 40년 만에 맥주 업계 1위를 탈환하면서 조직 문화가 한결 활기차졌다. 91년 경력직으로 입사한 유병종 차장은 “하면 된다는 도전 정신 같은 것이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업무 분위기는 자유로운 편이라고 한다. 선후배 간에 격의없이 의견을 나눈다. 점심 시간에 반주 한잔 하고 사무실에 들어와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올해 초 입사한 박기웅(31)씨는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입사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달라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체 1600여 명의 직원 중 여사원 비율은 10%가 채 안 된다. 남성 위주의 채용 방침이 바뀐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오는 여성들의 활동적인 모습 때문에 여성 인력 채용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인사팀의 김승묵 차장은 “대부분 사무직인 여직원들은 남성보다 이직률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술 좋아하면 유리해=“술 회사에 다니려면 술을 잘 마셔야 하나요?” 하이트맥주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대답은 다소 의외다. “잘 마시면 유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영업관리 사원의 경우 업무상 술자리에 갈 일이 잦다. 입사지원서에 주량을 묻는 항목이 있을 정도다. 김승묵 차장은 “물론 주량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한다든가 하면 다소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업직뿐만 아니라 사무직도 정기적으로 음식점 등에 ‘주류 판촉’ 활동을 나가 손님들과 술 마시며 자사 맥주를 권하기도 한다. 1주일에 두세 번은 일과 후 술자리가 있는 부서도 많다. 신입사원 주영재씨는 “술을 자주 마시는 건 사실이지만 억지로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 실시한 대졸 신입사원 공채의 경쟁률은 220대 1. 서류심사에서 가장 꼼꼼하게 따지는 건 대학 시절의 학업 외 활동이다. 김 차장은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활달한 이들이 우리 회사에 맞는다”며 “토익 점수는 700점 이상, 학교 성적은 B학점 이상이면 무난하다”고 귀띔했다.

 최근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외국어에 능한 사람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채에서 영어 면접을 하긴 했지만, 기초적인 영어실력을 테스트하는 정도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만큼 올해부턴 영어 잘하는 사람을 더 적극적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중국어 능통자도 우대한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신입사원

1월에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주영재(27)씨는 회사 생활이 다이내믹해서 좋다. 와인영업1파트에 배치받은 그는 요즘 회사 지원으로 사설 교육기관에서 소믈리에(와인 전문가) 교육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와인을 좋아한다. 넉 달에 150만원짜리 교육 코스를 회사에서 이수하게 해 준다고 하니 신이 난다”고 말했다. 교육 기간이라도 회사가 수입하는 와인을 짬짬이 대리점에 판촉하는 일을 한다.

 한양대 경영학부를 평점 3.7점(4.5점 만점)으로 졸업한 그는 평소 술을 좋아하는 ‘적성’ 때문에 주류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만년 2등이던 하이트맥주가 1위로 올라선 ‘반전 스토리’에 끌려 이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입사 관문을 뚫은 데는 대학 시절의 다양한 특별 활동이 크게 기여했다. 소외 어린이를 돌보는 교내 봉사 동아리 ‘아해사랑’을 만들었다. 일본·베트남·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를 배낭만 메고 돌아다니는 등 다양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것. 주씨는 “술 회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인간미인 것 같다”며 “대학생다운 열정을 잃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면접 과정에서 진땀을 흘린 기억도 있다. 다섯 명이 함께 들어간 최종 면접에서 “맥주병에 계란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돌발질문이 나왔다. 그는 “계란을 삶아 물렁해진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힘을 가하면 들어갈 것 같다”는 답으로 위기 상황을 넘겼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치에 꼭 맞는 대답을 구했다기보다 난관을 넘기는 순발력과 기지를 보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회사에서 최고의 와인 전문가가 되는 것. “회사에 들어와 와인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와 주류 무역까지 폭넓게 배우게 됐어요. 와인 공부를 열심히 해 와인 사업부를 크게 키우고 싶어요.”


채용 계획과 채용 절차는.

 “매년 60~7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이 중 20~30명이 생산직이다. 올해는 늦은 하반기에 신입사원 채용을 검토 중이다. 대졸 신입사원은 서류심사 뒤 인성·적성 검사를 치르고 임원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된다. 간단한 영어 면접도 본다. 생산직은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임금 수준은.

 “신입사원 초임 연봉은 2700만원 정도. 경영 성과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해 지난해엔 3200만원 정도를 받았다. 연구직이나 영업관리직은 수당이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대리부터는 연봉제를 시행한다.”

 -특이한 복리후생 제도가 있나.

 “임직원 경조사에 경조금 외에 맥주·생수를 지원한다. 애사·조사엔 일부 직원이 직접 나가 일을 돕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이 외에 종합검진·자녀 학자금·모범사원 해외여행 같은 복리후생 제도가 있다. 최근엔 두 달 과정으로 와인 전문가를 사내에 초빙해 와인 교육을 한다.”

 -뽑히면 어떤 일을 하나.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사무관리직과 영업관리직으로 나눠 채용한다. 사무직은 본사와 세 공장 및 각 지점에서 업무 지원을 맡는다. 영업관리직은 각 지점의 일선 영업을 맡는다. 순환 보직이라 3년에 한번 정도는 업무가 바뀐다. 전 직원이 영업관리직을 한 번은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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