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촌놈’ 미국인과 한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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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질퍽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미국인이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장인 인요한(47·본명 린튼 존)씨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그는 여느 한국인보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직접 겪어왔다.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책도 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그에게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전라도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자란 순천 놈”이라고 대답한다.

 인씨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민군과 외신기자 사이의 기자회견을 통역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연세대 의대 1학년생이었다. 한국 현대사의 크나큰 비극인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를 입을 통해 세계 곳곳에 타전됐다. 그는 또 남한과 북한이 지금처럼 왕래하지 못했던 97년 북한지원 단체인 유진벨 재단을 통해 방북, 북한의 결핵퇴치 사업도 시작했다. EBS ‘시대의 초상’(3일 밤 10시50분)에서 인씨의 삶을 조명한다. 남한과 미국에서 ‘요주의 인물’로 꼽히면서도 그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했던 그의 유쾌한 육성을 들어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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