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계 4대 기전|한·중·일 불꽃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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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진로배 SBS세계 최강전제 2라운드가 13일 서울힐튼호텔 대국 장에서 개막되면서 93년 세계 바둑 4대 기전을 잡으려는 한·중·일 3국의 각축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4대 기전에 걸린 우승 상금만 약6억2천만 원. 바둑 강국인 3국의 정상급 프로기사들은 이 상금이 1차적인 목표다. 그러나 그들의 모체라 할 각국의「기원」은 자국 바둑계의 흥망을 이 세계 대회에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대회 성패가 국가 지원의 규모를 좌우하는 열쇠다. 일본은 특유의 자존심으로 세계 대회를 애써 경시(?)해 왔으나 최근 소년기사모집에 애를 먹으면서 국내 바둑인기를 높였다, 내렸다 하는 세계 대회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서 신흥 강국의 위치를 굳힌 한국은 올해를 그랜드슬램 달성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한국은 현재 신구세대가 섞인「4인 방」이 최상의 콤비네이션을 이루고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40대의 조훈현·서봉수9단이 퇴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행중인 진로배는 유일한 단체전 성격의 세계대회. 한국이 선봉장 유창혁 5단의 연승으로 초반 대 우세를 보였으나 중국의 복병 조 대원 9단이 3연승을 거두며 위기의 중국 팀을 살렸다. 이후 한국팀 3장 이창호6단이 조대원 돌풍을 잠재워 다시 앞서는 듯했으나 일본의 임해봉 9단에게 가로막혔다.
이제 대회는 중국의 유소광 9단·마효춘 9단, 일본의 임해봉 9단·다케미야 9단, 한국의 서봉수 9단·조훈현 9단 등 각 2명씩이 남은 상태에서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한국팀 김인 단장은『대진 순서에서 한국이 유리하고 전력 면에서도 조·서는 현재 상승세』라며 아직은 한국 우승을 낙관하고 있다. 16일엔 임해봉-류소광 전, 이 승자와 서봉수 9단이 17일 맞붙는다.
3월7일 부산에서 시작될 응창기배 결승은 3억2 천만 원(40만 달러 )의 최대상금 때문에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결승에 진출한 서봉수 9단의 상대는 지난해 후지쓰배 우승자인 일본의 노장 오타케 9단(51). 한국기원 측은 6대4로 서9단의 우세를 점치고 있고 서 9단 본인도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이보다 앞서 2월7∼14일 서울에서 열릴 동양증권배는 현재 준결승 진출 자 4명중 3명이 한국선수라서 우승확률이 더욱 높다. 주훈현 9단-이창호6단, 조치훈 9단-오위평 9단이 대결하는데 주최측의 예의 상 대진표 작성에서 양보(?)해 조-이가 맞서게 된 것이 아쉬움이다.
후지쓰배는 4월에 시작,8월에 끝난다. 후지쓰배는 5년 동안 일본기원 소속기사가 연속 우승했다. 한국기원은 올해 그랜드슬램 당성의 가장 어려운 벽으로 후지쓰배를 꼽고 있다.
한국기원은 기대주 이창호6단의 체력 관리가 목표 달성의 관건으로 판단하고 그의 살인적인 대국 수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92년에 중국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일본은 요다 8단 등 기대했던 신인들이 뒤를 받쳐 주지 못했다. 중·일은 세계대회 부진이 자국 내 바둑 인기 하락으로 연결될까 두려워하고 있고 한국은 일거에 세계를 휩쓴다는 야 심을 갖고 있기에 93년의 4대 기전은 그 향방이 더욱 주목된다. <박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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