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 주행위주 개편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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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지하철 확장을 위한 부족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휘발유특소세에 20%의 부가세(주행세를 신설하고 자동차세는 주행거리에 따라 차등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같은 구상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의견을 같이 한다. 대도시 교통문제를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지하철의 확장이며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재원을 발굴해서라도 그 시설비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보유세적 성격을 갖고 있는 각종 자동차 관련 세제는 주행세적 성격으로 대폭 전화돼야 이용이 억제되고 그에 따라 교통량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취지의 구상을 정책화하는데 있어선 깊이 고려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것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지하철 확장재원의 마련을 위해 휘발유특소세에 20%의 부가세를 신설하는게 합리적인 방안인가 하는 것이다. 유류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이유가 지하철건설을 위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 않다. 서울·부산 등의 대도시 지하철건설을 위해 제주도·강원도 도민도 똑같이 신세를 내야하는 것일까. 과연 시·도 구별없는 일률적인 세금부과가 합당한 것인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두번째로는 지하철확장 부족재원을 휘발유세에서만 확보하려는 것이 옳은가하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름값은 경유나 벙커C유의 경우는 선진국보다 크게 낮고 휘발유값은 미국·대만보다는 높고,다른 선진국과는 엇비슷한 수준에 있다.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소비억제를 위해 어느 정도 가격정책을 쓰는 것은 불가피하나 자가용 소유가 보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수증대만을 위해 휘발유값을 올릴 경우 국민부담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게된다. 또한 과거에 경험했던 불량휘발유 범람 위험성도 커진다. 휘발유소비로부터도 어느 정도의 재원을 확보하고 다른 재원도 활용해야 한다. 가령 교통범칙금이 그 보기의 하나다.
우리는 현재 보유세적 성격을 지닌 자동차 관련세제를 주행세 위주로 개편하려는 구상은 빨리 착수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자가용 소유욕구는 아무리 각종 세금을 올려도 억제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이용을 억제할 수 밖에는 없고 그 방안으로는 주행에 그만큼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 자가용의 연간 주행거리가 우리의 50%도 안된다. 주행세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휘발유 특소세에 대한 부가세는 지하철 확장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통소통 재원마련을 위해 신설돼야 한다고 본다. 또 지하철건설의 필요성을 촉진하고 있는 자가용이용의 억제를 위해선 보유세의 비중은 낮추면서 주행세의 비중을 높이는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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