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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신도시 입지는 7년 전 정해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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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12면

1991년 분당 신도시 시범단지 아파트 공사 현장. 중앙포토

신도시 입지는 어떻게 정할까.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를 올해 상반기 안에 발표하겠다고 하면서 10여 곳의 후보지가 입소문을 탔다. 오포·모현을 비롯해 과천~양재, 하남, 시흥, 광명, 일산 구산동, 용인 이동·남사, 서울공항 주변 등이다. 뚜껑을 연 결과 동탄신도시 동쪽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발표 후 “결국 거기밖에 만들 수 없었다”며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신도시 선정의 비밀

신도지 입지 선정 과정을 추적한 결과 국토연구원이 2000년에 만든 보고서(사진)가 2기 신도시의 입지를 미리 점찍어 놓은 듯 망라해 놓은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보고서는 김영삼 정부에서 중단된 신도시 건설을 재추진하기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의 존재는 7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인지 부동산 업계나 전문가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보고서가 추출한 신도시 후보지 7곳과 현재 개발 여부를 대조한 결과 대부분은 개발이 거의 진행돼 가용토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화성 남서부 지역, 파주와 인접한 고양지역 일부가 아직 미개발지로 남아 있다. 이 보고서의 제1저자인 배순석 선임연구위원은 “신도시를 만들 만한 땅은 조사해 보면 뻔히 보이게 마련”이라며 “GIS 전산프로그램인 ARC/INFO에 각종 정보를 입력해 후보지를 추출하고 직접 4륜구동차를 타고 현장을 살펴본 뒤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2000년 국토연구원 보고서가 제안한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

1기 신도시 추진 비사

일산·분당 신도시 건설은 1988년 여름부터 검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승 당시 건설부 장관은 1989년 신도시 발표 후 국회에서 “지난해(1988년) 여름부터 직접 검토했으나 그때는 그렇게까지 주택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해서 유보했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들어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평당 1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집값이 폭등하자 서둘러 주택 200만 호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1989년 3월 청와대를 중심으로 건설부·주택공사·토지개발공사(현 토지공사) 등의 직원 23명으로 ‘주택건설기획단’이 구성됐다. 이들은 매일 밤 남산 외인주택 사무실에 모였다. 안양 평촌, 군포 산본, 성남 남단녹지(분당), 고양 일산, 송파, 의정부·주내 등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검토했다.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사업의 주역은 당시 문희갑 경제수석과 박승 건설부 장관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당은 문 수석, 일산은 박 장관의 작품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박 장관은 훗날 “그린벨트는 절대 손댈 수 없어 그린벨트 밖에 신도시를 짓고 지하철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지금까지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살고 있는 박 장관은 강북에도 신도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토개공에 입지 물색을 지시했다. 토개공은 일산과 동두천 부근 2곳을 잡아왔으나 동북쪽 입지는 교통문제 해결이 어려웠다. 대신 일산은 한강변이어서 교통망을 갖추기에 좋았다. 노 대통령 역시 이 지역 9사단장 출신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재가했다는 후문이다.

분당은 그린벨트는 아니었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개발을 금지한 ‘남단녹지’다. 문 수석은 노 대통령과 경북고 선후배 관계라는 점을 활용해 이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토지공사 황기헌 팀장은 “엄청난 속도로 개발했으나 검토할 것은 다 검토해서 요즘 신도시를 만드는 과정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2기 신도시 밑그림 있었다

국토연구원은 2000년 ‘수도권 도시성장관리와 신도시 개발’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수도권에서의 신도시 개발은 장단점이 있으나 체계적인 도시성장 관리를 위해서 개발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또 개발 대상지로 수도권 북부지역의 파주·고양지역(거점개발형, 600만 평), 의정부지역(거점개발형·수요대응형, 300만 평), 김포 남부지역(난개발방지형, 300만 평), 그리고 수도권 남부지역의 성남 판교지역(난개발방지형·수요대응형, 250만 평), 화성군 중부지역(거점개발형·난개발방지형, 400만 평), 화성군 남서부지역(거점개발형, 1000만 평), 아산만권 배후지역-천안·아산(거점개발형, 890만 평) 등 7곳을 제안했다. 7곳 중 5곳은 파주운정신도시와 교하지구, 김포신도시, 판교신도시, 화성동탄신도시, 아산신도시 등 2기 신도시입지와 거의 일치한다. 나머지 2곳도 택지개발지구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신도시 후보지 7곳의 선정기준은 무엇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국토종합개발계획·수도권정비계획 등 도시공간 구조 개편방향에 부합해야 한다. 간선시설망을 통한 접근성이 좋은 지역, 개발잠재력(시장성)에서 유리한 지역이다. 또 도시의 자생력을 위한 규모의 경제를 감안해 최소 100만 평 이상 개발이 가능하되 신도시개발 이후 주변지역의 단계적 개발가능성을 감안해 200만 평 규모 이상의 개발 가능지가 있는 곳이다. 개발 가능지는 전체 지역에서 기(旣)개발지, 개발 불가능지역, 개발 억제지역을 제외한 것으로 입지 추출에는 국토이용계획도, 도시계획도, 개발제한구역도, 택지개발사업현황도, 상수도 보호구역도, 농업진흥지역도, 군사시설보호구역도, 녹지자연도, 수계분석도, 경사분석도, 표고분석도 자료 등이 이용됐다. 7개 후보지 중 충청권의 천안·아산지역을 제외한 6곳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다.(※는 현황)

파주·고양 지역

동고서저형의 평야지대로 남서쪽의 심학산(193m)을 정점으로 장명산(102m)·황룡산(125m) 등에 둘러싸여 손가락 모양의 구릉지를 형성하고 있다.

대상지 북측으로 곡릉천이 동에서 서로 흐르고 대상지 내 10개의 지천이 수계를 형성하고 있다. 파주시청으로부터 서남쪽 약 4.4㎞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김포공항 및 인천공항과의 접근이 용이하다. 자유로를 통해 서울과 30분대 생활권 형성이 가능하다. 남북교류의 요충지로 수도권 북부거점으로서의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방도 310호선 확장 및 경의선 복선화 사업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향상될 전망이다(※교하지구와 파주신도시로 개발되고 있고, 최근 파주시와 붙어 있는 고양시 구산동 일대는 명품신도시로 개발된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김포 남부 지역

김포시 장기동 마산리·양곡리 일원의 농림지 및 준농림지로 대부분 완만한 평탄지다. 남측 주변은 낮은 구릉지로 둘러싸여 있다. 현재 대부분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군데군데 집단취락지 및 소규모 중소공장이 산재해 있다. 국도 48호선(4호선)이 대상지 북측에서 동측으로 경계를 이루면서 관통하고 있으며, 지방도 305호선과 지방도 302호선이 대상지 서측 경계를 이루면서 관통하고 있다. 국도 48호선을 대체할 간선도로로 강변도로, 도시고속화도로, 경전철 등이 한강제방 주위에 건설될 예정이다(※김포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다).

화성군 중부 지역

화성군 태안읍 일원 지역은 태안시가지 동측 석우리, 능리, 반송리 일대 지역으로 대상지 남측 5㎞ 지점에 화성군청이 위치하고 있다. 지방도 343호선과 능리∼반송리 간 도로 주변으로 취락지 및 전기·전자·정밀기계 등 중소규모 공장이 다수 분포하고 있으며, 대상지 북측에 화성지방산업단지(29만8000평, 삼성반도체)가 조성되고 있다. 전자·반도체 및 정밀기계산업의 육성이 매우 용이하다. 화성군 동탄면 일대 지역은 오산시와 화성군 경계부에 위치한 미개발지역으로, 대상지 중심부가 높은 지형으로 표고차는 55m 안팎이다. 대상지 동측 1㎞ 지점에 경부고속도로가 남북방향으로, 서측 1.5㎞ 지점에 국도 1호선이 남북방향으로 통과하고 있다. 비교적 양호한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편리한 주변 교통여건을 형성하고 있으며, 기흥 IC에서 3㎞ 이내 거리에 위치해 전원주거지로의 개발잠재력이 있다(※태안·동탄지역은 태안지구와 동탄1 신도시로 개발됐다. 최근 발표된 동탄2 신도시는 동탄1 신도시 동쪽이다).

화성군 남서부 지역

화성군(현 화성시) 양감면 일대지역은 의왕∼과천고속도로의 연장구간 및 오산∼발안의 302번 지방도와 연접해 첨단산업, 물류 및 주거지로의 개발 잠재력이 있다. 화성군 향남면 일대 지역은 기존 발안시가지의 남동쪽, 그리고 서해안 고속도로의 동쪽에 연접하고 인근에는 향남제약공업단지가 있어 물류 및 주거가 어우러진 기능이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일대 1000만 평의 개발이 가능하다(※향남1지구 51만 평과 2지구 96만 평이 개발되고 있으나 확대 개발할 수 있는 땅이 많다. 향남 지역은 동탄신도시와 화성시청이 있는 남양동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의정부 지역

서울 북부, 동두천·포천 등과 접근이 쉽고, 장암·신곡 등의 택지개발 외에 용현공단 등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경기 북부지역의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풍광이 뛰어난 전원으로서 주변이 대규모 그린벨트 지역에 인접해 쾌적한 전원주택지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5개의 택지개발사업(신곡·장암·민락·송산·금오지구) 개발이 약 100만 평 규모(수용인구 약 12만6000명)로 진행 중이다(※의정부 일대는 현재 추진 중인 민락2지구 79만 평을 포함해 택지개발이 거의 마무리 단계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제외하고는 개발할 만한 땅이 거의 소진된 상태”라고 말했다).

성남 판교 지역

성남시 판교동·하산운동 일대의 자연녹지지역(남단녹지)으로 성남시 분당구 서측에 입지하고 있으며, 대상지 북동쪽 4㎞ 지점에 성남시청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 인접에 분포한 대규모 개발 가능지로서 양호한 교통여건을 형성하고 있어 주거기능과 더불어 첨단벤처기업 유치, 패션 및 도시서비스 기능이 복합된 신시가지 조성에 유리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입지여건 및 개발경제성을 감안할 때 중산층 주거의 적지로서 잠재력이 매우 크고, 산업 측면에서는 이러한 주거기능과 상호 공존하기에 적합하다(※판교신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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