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1983" 사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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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83년 멕시코에서 제4회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가 열렸다. 한국의 '붉은 악마'들은 강호를 연파하며 4강에 진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들 중 김판근(41)이라는 수비수가 있었다. 당시 17세의 김판근은 여우처럼 영리한 플레이로 '신화'의 주역이 됐고, 같은 해 국가대표(A팀)로 선발됐다.

2001년 현역에서 은퇴한 김판근은 호주로 이주해 축구학교를 열었다. 첫 입학생 중에 광양제철중 1학생 기성용(FC 서울)이 있었다. 기성용의 부친(기영옥 광양제철고 교사)이 자신의 고교(금호고) 후배인 김판근에게 아들을 맡긴 것이다. 김판근으로부터 5년간 배운 18세의 기성용은 2007년 청소년팀과 국가대표팀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스승의 발자국 그대로 걷는 게 운명이라면 23년 만의 '신화' 재현 역시 숙명이다. 이제 제자가 세상을 놀라게 할 차례다.

2007 캐나다 U-20 월드컵이 7월 1일(한국시간) 개막한다. 한국은 오전 6시 몬트리올 올림픽경기장에서 미국과 D조 개막전을 치른다. 경기장은 레슬링선수 양정모(동아대 교수)가 건국 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주경기장이다.

한국은 미국.브라질.폴란드와 같은 조다. 브라질의 조 1위가 유력한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에 질 경우 4강은커녕 16강 진출조차 물 건너간다. 한국은 신영록(수원 삼성)-심영성(제주 유나이티드) 투톱을 전방에 세워 미국 공략에 나선다. 미국 '공격의 핵' 프레디 아두(레알 솔트레이크)를 잡는 일은 이상호(울산 현대)에게 맡겼다. 기성용은 소속팀에서는 미드필더지만 이번에는 왼쪽 수비수로 나선다. 공교롭게도 23년 전 스승과 같은 위치다. 기성용의 머릿속에서는 스승 김판근이 늘 했던 말이 맴돈다.

"몸으로 강하게 부딪치고, 좀 더 많이 적극적으로 뛰어라."

조동현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미국을 꼭 꺾고 브라질과 조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겠다"며 목표인 4강 진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E조에 속한 북한도 이날 오타와에서 파나마와 개막전을 치른다. 북한은 2005년 페루에서 열린 U-17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북한은 파나마.아르헨티나.체코와 차례로 붙는다. U-20 월드컵은 SBS-TV와 SBS스포츠 채널이 중계한다.

몬트리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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