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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급한 미 신통상정책(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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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클린턴 미 차기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인 로버트 샤피로씨나 상무장관에 지명된 론 브라운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등은 앞으로의 미국 통상정책이 행동주의에 기초를 둘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클린턴의 대외 경제정책이 이른바 「공정한 무역」을 요구하는 자국기업의 목소리를 담아 외국업체에 보다 엄격한 규정의 준수를 요구하고 필요에 따라 미 통상법 301조를 동원해 무역상대국들에 보복도 불사할 것이란 우리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브라운 상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반덤핑뿐 아니라 상계관세 제도나 통상법 301조 등이 외국의 무역관행을 제거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언급함으로써 클린턴정부의 새로운 경제적 사고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클린턴은 당선직후부터 자유무역 지지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세계질서가 경제전쟁 체제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자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외국의 불공정무역에 강력히 대응하는 입법활동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EC·일을 중심으로한 세계경제전쟁의 특징은 자유주의와 지역주의의 상반된 경제질서 속에서 자국이익 중심의 전략을 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와 개방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부축적의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비롯한 다자간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미국 등과의 쌍무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의 경제자문역으로 최근 노동장관에 내정된 라이크씨는 『한 국가의 경쟁력은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미 차기행정부가 추진할 통상정책의 공격적 행동주의 경향의 일면을 엿보여주고 있다.
김영삼차기대통령이 서둘러야 할 것은 미국의 변화와 개혁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외교 통상정책의 재검토다. 「공정한 무역」을 어떻게 준수할 것이며,이를 위한 산업·금융정책의 개선 및 여론의 설득을 위한 정치력의 발휘가 관심거리다. 미국의 반덤핑 공세 등이 더욱 강화되었을때 한국 수출의 회복은 가망이 없다. 통상마찰의 피해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세련되고 차원높은 정책의 개발이 시급하다. 무역관련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하고 농산물에 대한 개방수준을 어디까지 높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할수록 좋다. 비록 세계의 통상마찰이 무역흑자국인 일본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하더라도 한국은 늘 덤으로 얻어맞기 쉬운 가장 취약한 입장에 서있다. 따라서 우리의 통상정책이 임기응변적일수록 21세기를 내다보는 경제성장은 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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