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훈시' 이틀 만에 모인 대학 총장들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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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창립 25주년 대학총장 세미나'가 28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서울기독대학 이강평 총장, 서울대 이장무 총장, 서울산업대학 맹희영 교무처장(앞줄 오른쪽부터) 등이 기조강연을 듣고 있다.[사진=최승식 기자]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 그랜드볼룸. 대학 총장 170여 명이 모였다. 29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창립 25주년 기념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총장 중 상당수는 이틀 전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의 토론회에 다녀온 사람이었다. 총장들은 노 대통령에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대학 자율도 규제받을 수 있다" "자신들만 자율을 누리려고 하지 말라"는 면박을 받았다.

대교협 회장인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고 세계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기지"라는 취지의 개회사를 10분간 담담하게 읽어내려 갔다.

그러나 개회사를 듣는 참석자 대부분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지방대의 한 총장은 "이 총장은 전국 201명의 총장을 대표하는 분인데 청와대 토론회에서도 그렇고, 오늘 기조연설도 너무 점잖게 나와 실망했다"고 말했다. 반면 총장들은 청와대 토론회에서 부구욱 영산대 총장이 "기회균등 할당제가 실시되면 지방대 공동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직언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사립대 총장은 "총장들이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집단으로 잔소리를 들어보기는 처음이었다"며 "오찬까지 두 시간 넘게 훈계를 듣고 있으려니 답답했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의 최모 총장은 "마치 4시간 동안 벌 서고 나온 초등학생이 된 듯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총장들은 "실명이 거론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 불만은 가득하지만 정부에 반기를 드는 대학으로 찍힐까봐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총장들은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대학의 자율성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사립대 김모 총장은 "저소득층 자녀 11% 더 뽑게 해준다고 사회가 평등해지느냐"고 반문했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은 아쇼크 미스라 인도국립공대 총장의 기조강연을 들은 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도의 대학들도 더 좋은 학생, 더 훌륭한 교수, 더 많은 자금을 끌어오려고 애쓴다"며 "대학으로서는 학문적 수월성을 목표로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29일에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세미나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과 토론할 예정이다.

박수련 기자<africasu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성균관대학교 총장

1943년

[現] 영산대학교 총장

1952년

[現] 서울대학교 총장(제24대)
[現]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19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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