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용인술 잡음없게 “직접”/김영삼정부 어떻게 짜여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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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저한 보안속 아직 추측단계/최대 고심은 총리와 비서실장
김영삼차기대통령의 정부는 어떤 인물로 짜여질까. 인수위 출범과 함께 그의 취임준비가 본격화되면서 요즘 최대관심사는 인사문제다.
그러나 해답은 김 차기대통령의 머리속에 꽁꽁 숨어 올 한자락도 내비쳐지지 않고 있다. 김 차기대통령은 인사에 관한한 어느 누구보다 보안이 철저하다. 그러다보니 김 차기대통령의 용인방식 등을 이리저리 짐작하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늦어도 내달초까지는 총리·안기부장·청와대비서실장 등 3대 포스트를 내정하고 중순쯤에는 내각·청와대참모진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은 인사를 둘러싼 잡음을 매우 싫어한다. 경제·국방 등 특정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본인이 30년이상 정치현장에 있어 나름의 인사정보를 갖고 있다. 때문에 사람을 고르고 보는 큰 줄기는 타인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하고 있다.
실제 정원식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쪽에서 「인선자료준비」얘기가 자꾸 흘러나오자 김 차기대통령은 쐐기를 박았다. 그는 4일 인수위 첫회의에서 『인사에 대해서 어떤 혼선이나 잡음이 없어야 하고 인사를 얘기할때 위원들은 나하고 깊은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입조심」을 특별 지시했다.
이런 스타일로 미루어 김 차기대통령은 지극히 한정적인 의견수렴을 거친후 자신이 혼자 결단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인사에 관한한 야당총재시절부터 누구에게도 권한이나 책임을 미루는 법이 없고 전권을 행사해왔다.
때문에 김 차기대통령은 먼저 총리·비서실장 등을 정한후 이들의 의견을 참고로 들어 각료와 참모인선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의 공약이나 발언 등으로 보면 그는 문민색채를 중시하고 친·인척 등 혈연이나 지·학연은 떨쳐버린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계 가신그룹만을 감싸거나 논공행상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일단 민자당이란 공조직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김 차기대통령은 「총리임명후 각료인선」이라는 법적 절차를 갖추기 위해 취임식날인 2월25일 임시국회를 열어 총리임명동의를 받은후 내각진용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인선중 가장 주목되는 자리는 총리·안기부장·비서실장 등 3대 포스트와 경제부총리­경제수석 등 경제지휘부.
핵심측근은 5일 『김 차기대통령이 아직 「3대」를 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게 틀림없다』고 귀띔했다.
총리는 초대내각의 간판이어서 김 차기대통령의 가장 큰 고심거리다. 그는 『총리는 정부의 얼굴이다』고 말해왔다.
측근들은 조심스럽게 추측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 첫째,과거처럼 모자라는 정통성을 메우기 위한 「얼굴마담형」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둘째,경제는 부총리가 있으니 나머지 국정분야에 실천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호남을 배려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하마평에 오른 인사는 김준엽 전 고려대총장,이홍구 주영대사 정도. 김 전 총장은 전두환·노태우정부아래 총리직을 마다하면서 『문민정부때는 한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 김 차기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가능성은 열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차기대통령이 학계출신을 좋아한다는 징후는 없다.
이 대사는 서울대교수시절부터 교류가 깊었고 통일원장관·청와대정치특보때도 대화가 꾸준히 있어왔다.
김 차기대통령은 사심없는 보필과 개혁작업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점에서 비서실장을 총리못지않게 중시하고 있다. 그는 『아첨꾼은 곤란하고 바깥얘기를 굴절없이 전하고 아픈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조선조 사간같은 역할을 상기시킨 적이 있다.
역대정권에 비해 안기부장의 비중이나 위상은 낮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김 차기대통령은 안기부가 정치사찰에서 손떼고 「전문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관측통들은 안기부장에 정치적 중량급인사보다는 업무를 꼼꼼히 챙기는 실무형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제부총리·경제수석 등 경제운용팀의 얼굴에 대해선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전·현직의원이나 학계·업계 등에 김 차기대통령은 나름대로 풍부한 경제보좌인맥을 갖고 있어 인선에 그리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조각·청와대참모진 기용에서 김 차기대통령은 일반적인 관측을 뒤엎고 「깜짝쇼」에 가까운 인사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김 차기대통령은 대선기간중 우선 인사로 지역감정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해와 「호남배려」가 짙게 밸 수도 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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