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기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EC위원회는 지난 85년「역내시장백서」를 발표하면서 92년 말까지 시장단일화계획을 제시, 지역통합에 불을 댕겼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유럽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해야만 한다는 합의의 바탕 위에서 이뤄져 온 시장 통합계획에 따라 인력·상품·자금·서비스이동에 대한 역내 국가간의 모든 장벽을 제거시켜 왔다.
EC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지난 94년 말 마스트리 히트 정상회담에서 늦어도 오는 99년까지 경제·통화통합(EMU)을 실현한다는데 합의했다.

<역 외국 진출배제>
역내시장백서에서 제시된 2백82개 항목의 지침·규칙 안은 이미 90%이상이 EC위원회에서 채택돼 목표연도인 93년부터 실질적으로 기능 하는데 큰 차질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C의 자체평가에 따르면 시장통합으로 유럽의 산업구조는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산업의 재배치를 통한 효율화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유럽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92년 말까지 시장통합이란 목표가 명백히 제시됨에 따라 거대한 EC시장에서 기득권 확보를 위한 미국과 일본 등 역 외국의 대EC투자 붐을 몰고 왔으며 최근 미국과의 농산물협상에서 보여줬듯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도 더욱 강화됐다.
또 시장통합 과정에서 EC의 역내무역 비중(91년 전체교역의 60.3%)은 계속 높아져 왔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역외국가들의 진출이 배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부터 단일시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며 이미 유럽경제지역(EEA)을 설립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 나아가 동구·구 소련의 국가들까지 포함하는 범 유럽으로 지역통합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역외국가의 진출은 더욱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EC통합에 대비한 유럽지역에의 투자확대등 사전대비가 매우 미약한 우리로서는 그 여파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EC통합이 단일시장을 넘어 궁극적으로 목표해 온 유럽연방으로 발전하겠느냐 에 대해선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빠르면 97년, 늦어도 99년에는 경제·통화동맹을 설립키로 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지난해 덴마크 국민투표에서 비준이 부결됐으며 프랑스에서는 51대49라는 근소한 차이로 겨우 가결됐고 현재 EC의장 국인 영국은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 비준절차를 지연시킴에 따라 발효가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미시장서 고전>
경제·통화동맹 안은 유럽중앙은행의 창설, 공동통화정책, 완전 고정환율제, 단일통화의 창출등 사실상 단일 국가경제의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각국의 「경제주권」상실에 대한 우려, 특히 독일의 주도권 장악에 대한 우려 등 정치·사회적 고려와 기술적으로도 각국의 경제력 차이, 금융·통화정책의 격차로 인해 각국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한편 EC공동시장에 맞서 미국과 캐나다·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체결에 합의했다.
EC와는 달리 경제규모나 발전 단계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 국가간의 협정이란 점에서도 큰 차이가 있으며 기본적으로 미국의 서비스 및 첨단분야, 멕시코의 저임노동력을 보완적으로 연결해역외국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
NAFTA의 체결은 앞으로 중남미를 포함하는 범 미주공동체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같은 흐름은 EC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도 경제통합에 나서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NAFTA체결이 우리나라에 미칠 가장 큰 부정적인 영향은 미국시장에서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멕시코와 경합관계에 있는 가전·자동차 등과 미국이 고 관세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섬유·의류 등의 대미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자동차산업의 현지조달비율을 62.5%로 하는 등 엄격한 원산지규정의 강화로 인해 이미 북미지역에 진출한 업체들도 NAFTA역내에서의 부품구매를 늘릴 수밖에 없는 등 부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부정적 효과를 줄이기 위해 우리도 현지부품조달의무강화에 맞춘 조립대기업과 부품업체의 동반 진출, 한·멕시코간의 투자환경 개선, 역 외국 차별에 대한 GATT에의 심사요청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외 지향적 구조>
지난해 8월 예상보다 훨씬 급작스럽게 이뤄진 NAFTA타결은 세계최대 단일시장의 형성을 배경으로 지지부진한 UR협상을 가속화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고려가 상당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여겨지며 UR협상의 최종 타결 결과에 따라 세부내용과 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미지역은 물론 중남미를 포함하는 범 미주 지역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분명한 것이고 이는 우리의 미주진출확대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일본을 비롯, 한국과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신흥공업국은 모두가 대외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중국과 아세안국가들도 이같은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 지향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이들 동아시아국가에 있어 지역주의의 강화는 심각한 위협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지역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체제로의 복귀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EC와 NAFTA로 대표되는 지역통합에 맞서기 위해 자구차원의 지역 통합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현재 이들 지역의 경제통합논의는 대체로 세 가지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첫째는 아세안 6개국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의 창설, 둘째는 아세안 6개국과 일본·한국·중국·대만·홍콩, 나아가 인도차이나 반도의 국가들을 포함하는 경제협력체로서의 동아시아 경제회의(EAEC), 셋째는 미국과 호주 등을 포함하는 환태평양국가들 모두가 참여하는 아태 경제 각료회의다. 여기에 남북한과 일본·중국·러시아를 포함하는 동북아 경제권, 또는 환동해 경제권의 구상 등 다양한 형태의 경협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지역통합은 경제적으로 ???????????????????? 넘쳐져 상이한 경제발전 단계, 역사적 경험 등으로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단기간 내에 EC나 NAFTA 같은 지역통합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태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