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 영광」새 출발|선 러닝화 조여 맸다|황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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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더 이상 방황은 없습니다.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황영조(23·코오롱)가 다시 달린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이후 과도한 정신적 중압감과 발바닥 부상으로 극심한 방황을 해온 황영조. 급기야는 지난 연말 돌연한 은퇴발표와 번복 선언으로 충격을 안겨 줬던 황영조가 계유년 아침을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제 성적갈등과 스트레스를 훌훌 덜어내고 신인의 각오로 다시 지축을 박차기 시작한 것이다.
황영조를 만나 그간의 심적 갈등과 새해각오를 들어본다.
▲지난 연말 은퇴선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나를 아껴 주던 국민들에게 죄송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망시키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올해에는 마라톤에는 출전치 않고 스피드훈련에만 주력하고 내년에나 마라톤 세계최고기록단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만m들 28분10초 정도로 주파해야 합니다. 우선 국내대회에서 김종윤이 지난 86년 수립한 1만m 한국신기록(28분30초54)을 경신할 계획이고 훈련성과가 좋으면 세계 톱 클라스 수준인 27분대 진입도 노려보겠습니다. 몸 상태는 지난 연말 일본에서 발바닥 통증제거 수술을 받은 후 경과가 좋아 오는 3월쯤이면 본격적인 조깅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런 은퇴·번복 등으로 혼선을 주었는데.
▲올림픽에 다녀온 후 잠 한번 편하게 잔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기대한다는 말뿐이었고, 이점이 나에게는 큰 무게로 항상 짓눌려 왔습니다. 최고의 컨디션이라 해도 순위를 장담할 수 없는 게 마라톤인데 만약 금메달을 못 따면 『나는 역적이 된다』는 중압감이 참을 수 없는 부담이었습니다. 4년이나 남았는데도 정신적 부담이 컸습니다.
올림픽 후 택시를 타거나 음식점엘 가나 만나는 사람마다 한눈에 알아보고『황영조 선수 아니냐』면서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또 택시 비는 물론 가는 곳마다 물건값마저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분들의 말씀은 한결같이 애틀랜타로 이어졌으니까요.
또 하나는 발바닥 수술에 대해『돈이 많아지니 운동하기 싫어서 일부러 발바닥을 쨌다』는 일부 육상 인들의 그릇된 시각이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점을 이해해 달라는 뜻에서 은퇴선언을 했던 것인데 뜻밖으로 파문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제가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나는 이런 식으로 은퇴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 은퇴파동으로 차기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어 잘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올 새해에는 무명 때처럼 훈련에 매진하겠습니다.
-훈련이 너무 고되『차에 치여 죽고 싶은 충동을 여러 번 느꼈다』고했는데 또다시 그런 고통을 감내 할 자신이 있는가.
▲마라톤은 자산과의 싸움입니다. 난 싸움을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다. 지금가지 내 생활은 나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가난과 인간한계를 오르내리는 인내력 등 온갖 적들과 싸워 이겼습니다. 먹을 때도, 잘 때도, 쉴 때도 마라톤만 생각하겠습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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