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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 결핵협 10년 이끌어온 한용철회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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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결핵 아직 얕볼 병 아닙니다”/매년 수천사망… 반은 발명몰라/몸약한 초로·수험생들이 “위험”
대한결핵협회장 한용철박사(62·서울대의대교수)는 최근 10년간 줄곧 회장직을 맡아 결핵퇴치운동의 국내 사령탑으로 활약해온 내과전문의다.
대통령주치의·서울대병원장을 지내기도 한 그의 발걸음은 해마다 거리에 징글벨 노랫소리가 메아리지면 부쩍 빨라지기 시작한다.
청와대로 대통령을 찾아 크리스마스실을 증정하고 기업체·사회단체에 결핵퇴치운동에의 동참을 구하는 등 세밑의 하루하루는 눈코 뜰새없이 바쁘게 마련이다. 서울대병원 10층에 있는 교수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는 대선분위기에 휩싸여 불우이웃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덜 쏠렸는데 크리스마스실 성금모금에는 혹 영향이 없습니까.
▲그다지 큰 영향은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실 성금모금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80%가 학생들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연말불우이웃돕기와 겹치고 대통령선거에 관심이 더 가서인지 기업체와 각종 단체들의 참여율이 썩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가톨릭의 김수환추기경께서 처음으로 올해 전국의 각 성당에 담화문을 보내 크리스마스실 성금모금에 적극 협조토록 해 올해 모금목표 37억원 달성은 무난하리라 봅니다.
­크리스마스실의 역사를 잘아는 사람들이 많이 않은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실은 1904년 덴마크의 한 우체국직원이 발행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효시지요.
국내에서는 캐나다 선교사 셔우드홀박사가 1932년부터 추방될 때까지 9년간 발행했고 해방후에는 한국복십자회 등이 실을 내놓았지만 사회의 인식부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지요. 본격발행은 1953년 11월 대한결핵협회의 창립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국민들의 성금으로 모아진 돈이 어떤 식으로 쓰입니까.
▲매년 결핵예방약(BCG)을 1백36만명분 생산,무료공급하고 20개 이동검진반이 1백40만명을 검진합니다. 또 9곳 부설의원에서 연간 약 15만명을 진료하고 각종 홍보 및 연구사업을 펼칩니다.
­결핵은 한때 「망국병」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심각했는데 이제 거의 근치된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방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아직도 매년 수천명이 결핵으로 숨지고 있고 환자를 대하다보면 자신에게 결핵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약 50%나 됩니다.
결핵환자 70만명 가운데 35만명은 증세가 있어도 결핵의 발병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얘기지요. 양로원에 진료사업을 하러 나가보면 결핵을 천식쯤으로 지레 짐작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실정입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생활형편이 좋지않은 집안의 노인들이 결핵을 기침·해소로 가볍게 보다가 어린 손자·손녀들에게 옮기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결핵의 발병가능성에 특히 신경을 써야할 「위험집단」이라면 어떤 계층을 꼽을 수 있을까요.
▲정상체중에 못미치는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피로를 쉬 느끼는 45세이상 남자입니다. 고정간첩이 사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가 사회가 혼란해질 때 본격활동하듯 결핵균도 우리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많아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발병하기 쉬운 때문이지요.
또 당뇨병환자와 위나 폐수술을 받고 화학요법을 받거나 상시 약을 투약하는 환자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백혈병환자도 위험계층입니다.
최근 「결핵은 젊은이의 병이 아니다」고 할 정도로 젊은층의 발병률이 부쩍 낮아졌지만 육체적으로 힘들고 고생하는 고3학생과 재수·삼수생,그리고 살을 뺀다고 음식을 너무 먹지않는 다이어트여성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합니다. 출산후 여성도 영향보충 등 몸조리를 잘해야 결핵의 발병이 없을 겁니다.
­결핵과 비슷하면서 결핵약이 잘 듣지 않는 이른바 「유사결핵」이 최근 국내에서도 문제되기 시작했다는데….
▲「비결핵항산균」이 일으키는 질병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 균은 수도물이나 흙에도 많이 있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힘쓰지 못합니다.
그러나 기관지확장증이나 결핵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 등은 발병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쓰고있는 세가지 결핵약이 썩 잘 듣지 않는 바람에 치료에 애를 먹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금년은 국내 실발행 60주년이고 내년은 결핵협회창립 40주년이 되는데 무슨 특별한 계획은 없나요.
▲시대가 변한만큼 책자·인쇄물을 통한 홍보방식을 내년부터 비디오테이프의 제작 및 배포를 통한 홍보로 바꾸고 결핵관련 교과서의 내용도 다소 손질하려 하지만 무슨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아무쪼록 국민들에게 결핵의 발견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평범하지만 지극히 중요한 말씀을 드리고 싶고 결핵퇴치운동에 대한 사회각계의 보다 큰 관심도 부탁드립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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