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문제도 드러내 업자 각성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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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2년 소비자문제의 핫 이슈는 혈액순환제 징코민에 메탄올이 함유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이 사건은 정부의 보사 행정과 제약업계에 경종을 울리게 했으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다시 한번 검증하도록 일깨웠다.
백화점 사기세일 유죄 판결, 모유 먹이기 운동의 진전, 방문 판매법 시행, 자원재활용 운동의 생활화 등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반면 분유광고의 재개, 소비자 보호법개정안의 처리 보류 등은 새해에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메탄올 파동으로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이른바 징코민 사건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회장 김순)이 혈액순환제 징코민 등 6개 의약품에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메탄올이 잔류돼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이슈가 됐다. 당초 의약품 관리가 허술한 보사 행정과 제약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던 취지는 징코민의 메틸알콜 함유 여부에 대한제약회사와의 논쟁으로 전환, 국립보건원과 소비자보호원이 합동검사를 실시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보사부의 발표가 불과 며칠만에 뒤집혀 의약 행정에 대한 공신력이 떨어지고, 이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메탄올 파동을 계기로 식품의 허위표시·과대광고 등 불법행위에 대한 위생감시권이 내년부터 민간 소비자단체에 주어지게 됐다.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터져 나온 호주산 수입 밀 사건은 정부검역체계의 허술함이 드러나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잔류허용치의 20배가 넘는 농약이 든 수입 밀이 시중에 유통되는 결과를 빚은 것은 정부가 선 통관·후 검역을 해온 때문으로 밝혀졌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유해성문제의 부각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수입업자가 외국 농산물을 수입해 올 때 사용된 농약·화학물질 내용을 통관 전에 작성·제출케 하는 「녹색카드제」를 실시한다.
83년부터 시민의 모임이 유니세프와 공동 추진하고 있는 모유 먹이기 운동도 분유·이유식 등 대체식품 추방캠페인에 이어 본격화되고 있다. 시민의 모임은 또 산모에게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실제로 이를 실천에 옮기는 「아기에게 친근한 후보병원」으로 6개 병원을 지정했으며, 22개 병원을 후보 격려 법원으로 지정했다.
반면 모유 먹이기 운동에 역류하는 분유회사의 신제품광고재개로 빚어진 파문은 분유 3사에 경고·제조정지 등의 정부조치를 몰고 왔다. 새해에도 소비자단체·분유업체간의 광고문제와 분유성분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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