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선 예상 뒤집히긴 “처음”/전기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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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뚜껑열린 일부대… “상당히 상승” 전망/각과목 시험문제 난이도 고른분배 안돼 혼선가중/학원,약세 재수생 중심으로 분석… 오판
93학년도 전기대 학력고사 난이도에 대한 국립교육평가원과 사설 입시전문기관,그리고 고교교사·수험생들의 3인3파식 다양한 평가는 포항공대·인제대 등 일부 대학의 입시사정 결과가 발표되면서 수험생·학부모들에게 일희일비를 안겨줬다. 학력고사 출제 수준은 평가원 말대로 지난해와 똑같지도 않고,입시기관의 분석대로 더 어렵지도 않은 「쉬운 편」이었으며 이에 따라 합격선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아지리라는 전망 때문이다.
학력고사가 끝난뒤 이틀이 지나도록 난이도 평가 및 합격선 등락 전망이 오락가락한 것은 입시사상 이번이 처음 있는 일로 이 와중에 학부모·수험생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마음고생을 해야했던 것이다.
◇입시학원의 오판=중앙교육진흥연구소·종로학원·대성학원 등 사설 입시전문기관 「빅스리」는 입시직후 『학력고사가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으며 이에 따라 합격선도 최고 13점부터 최저 1점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발표,이번 혼란의 주범(?)이 됐다. 최고의 입시 전문가인 이들 학원이 이처럼 오판하게 된 원인은 한마디로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예단과 재수생 중심의 분석 태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학력고사를 앞두고 『쉽게 내겠다』는 평가원의 몇차례에 걸친 예고에도 불구하고 학원가에는 「올해 문제는 지난해보다 어렵게 나온다」는 루머가 떠돌아다녔다.
해마다 학력고사가 한 해 쉬우면 한 해 어려운 「해거리」현상을 보인데다 지난해 문제가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평가원의 반발심리를 감안하면 94학년도부터 시행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맛보기 출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이었다. 이들 기관은 이 때문에 문제 전체에 대한 냉정한 분석 대신 1∼2개의 극히 어려운 문제를 보고 「그것 봐라,내 말이 맞지」하는 심리상태로 난이도를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또 올해부터 교육과정이 달라진데 따라 생소한 내용의 문제가 많자 3년동안 배워 내용에 익숙해져 있는 재학생의 존재를 무시하고 재수생의 관점에서 이를 「어려운 문제」로 분류하는 오류도 범했다. 포항공대 합격자 가운데 재수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15.3%포인트나 떨어진데서 보듯 올해는 재수생이 최약세인데도 이들 중심으로 전체 수험생 수준을 평가절하한 잘못도 있었다.
◇평가원 출제의 문제점=평가원의 출제도 완벽한 형태로 이뤄지지 않아 학원의 오판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있다.
잘된 출제라면 난이도가 높은 문제,적당한 문제,낮은 문제가 고루 출제되어야 하는데 이번 출제는 「몇개 문제는 극히 어렵고 나머지 문제는 모두 매우 쉬운」 양상을 보였다.
또 과목별 난이도가 너무 들쭉날쭉이어서 지난해 무척 어렵다는 평을 들었던 국사는 만점이 속출할만큼 쉬웠던 반면 지난해 쉬웠던 국민윤리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어렵다는 평을 들었고 제2외국어간 난이도 균형도 잘 맞지않았다는 지적이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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