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데 대포값이나 좀…" 가짜 환경미화원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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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평소보다 들뜬 어수선한 분위기의 연말연시. 음식점과 사무실로 고무장갑을 낀 남루한 복장의 사람이 들어와 주인을 찾는다.

"내가 이 구역을 맡고 있는 환경미화원인데 대포값이나 좀 주시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주머니를 열게 마련이다.

행여 싫은 소리라도 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거절하는 주인에게 언성을 높여 손님들의 주목을 끌거나 심지어 건물 앞에 쓰레기를 뿌려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 가운데 진짜 환경미화원은 없다. 환경미화원을 사칭한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구는 연말연시를 맞아 지난 26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를 '환경미화원 사칭자'와의 전쟁 기간으로 선포했다. 강남구는 상가 밀집지역에 '환경미화원을 사칭해 금품을 요구하면 신고하세요'라는 플래카드 1백여장을 걸고 홍보 전단과 스티커 3만여장도 배포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직접 금품을 요구하지 않고 사망한 동료의 조의금을 모은다든지, 동료 자녀가 백혈병에 걸려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등 동정심에 호소하는 등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

구 관계자는 "금품을 요구하는 가짜 환경미화원 단속에 나섰지만 올 상반기 여섯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대다수 환경미화원들의 자긍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몰염치한 행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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