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마 레저스포츠로 인기 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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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경마가 부정으로 얼룩진 가운데 한해를 마감해 가는 방면 1백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 경마는 이익금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좋은 대조를 이루고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의 91∼92시즌 홍콩 경마 매출액은 5백56억2천만 홍콩 달러 (약 5조5천6백억원)로 이는 한국 마사회의 올해 예상 매출액 9천3백억원의 6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홍콩 인구 6백만명이 1인당 평균 92만7천원을 경마장에서 소비한 셈인데 매출액만 놓고 볼 때 해마다 20% 가까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846년에 개장한 해피벨리와 지난 78년에 문을 연 샤틴 등 2개의 경마장을 가지고 있는 홍콩은 매주 수요일과 토·일요일 중 하루 등 주2일 경주를 하는데 올 시즌에는 야간 경주 29일 포함, 모두 67일간 경주를 개최했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해피벨리가 4만3천명, 샤틴 경마장이 5만3천2백명에 이를 정도로 경마는 어엿한 레저스포츠로 자리잡아 경마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홍콩은 2개의 경마장과 1백26개의 장외 마권 발매소가 곳곳에서 손님을 끌어 모으면서 성업중이다.
또 우리 나라에는 도입되지 않은 전화 베팅을 위해 모두 2천여대의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어디에서든지 전화한 통화만 하면 목소리가 자동 녹음되면서 당첨 여부에 따라 계좌에 입출금이 자동석으로 연결된다.
홍콩 경마 클럽은 매출액 중 81·74%를 고객들에게 배당금으로 되돌려 준 뒤 세금 11·87%를 제외한 6·39%를 수입으로 잡고 있다.
올 시즌에는 수입 35억5천4백만 홍콩 달러 가운데 직원 임금과 경마장 유지 비용 등을 제외한 11억2천4백32만 홍콩 달러 (약 1천1백24억원)를 자선 단체 등에 기부했다.
그러나 기금의 사용처가 분명할 뿐더러 명목이 뚜렷해 한국과는 달리 정치 자금 유입설 등의 오해가 전혀 없다.
주요 지원 대상을 보면 예술·청소년·체육·교육·보건 등 사회 거의 모든 부문을 망라할 정도로 다양하고 폭넓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홍콩과학기술대학으로 지난해 2억5천2백만 홍콩 달러 (약 2백52억원)를 지원했다.
경마 클럽이 전액을 투자해 지난해 10월 개교한 홍콩과 기대학은 과학·기술·경영 분야의 인재 양성이 주목적으로 지난 87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9억 홍콩 달러 (약 1천9백2억원)를 투자해 왔다.
경마 클럽은 앞으로도 이 대학의 신축 건물에 대한 모든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 할 예정인데 이사회와 교수회 등에 대한 영향력은 전혀 갖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경마 클럽은 6억7천8백만 홍콩 달러 (약 6백78억원)가 소요된 동양 최대의 공원인 홍콩 해양 공원을 지난 77년 완공해 정부에 기부하는 한편 유지 비용도 줄곧 부담하는 등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피벨리 경마장의 주로 안쪽에는 축구장, 샤틴 경마장에는 공원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시민들의 휴식과 건강 증진을 위해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골프장을 운영해 일부 부유층 인사들을 위해 운영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같은 홍콩 경마장의 사회에 대한 기여는 경마 클럽의 기본 정산과 부합하는데 퍼베스 회장의 한마디는 한국 경마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홍콩 시민들의 복지 향상은 우리들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경마 발전과 경마장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 외에는 이익금을 전부 사회에 환원할 것이다.』【홍콩=김상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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