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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밤市 지진 이모저모] 구호물자 실은 트럭 곳곳서 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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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란 밤시(市)를 강타한 지진의 피해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29일 현지의 구조단체들은 생존자 발견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으며, 지진의 후유증인 전염병 창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밤 일부 지역에선 구호 물자 약탈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P통신은 구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잔해 속에서 부상자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대체로 72시간"이라며 "따라서 지진 발생 72시간 뒤인 29일 오전(현지시간) 이후에는 생존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래피드UK'라는 영국 구조단체의 배리 세션스는 "지난 24시간 동안 한명의 생존자도 찾지 못했다"며 "희망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밤 중심가의 호텔 붕괴 지역에서 발견된 외국인 사망자 세명 중 한명은 미국인으로 알려지는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피해도 확인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발굴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밤은 '무더기 발굴과 무더기 매장'이 계속되는 '거대한 임시 공동묘지'로 변하고 있다. 밤에서 발굴 작업을 지휘하는 하슈마톨라 모그셰드 이란군 대령은 "내 담당 지역에서만 27일까지 4천구를 매장했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밝혔다.

외신들은 워낙 인명 피해가 커 시신들을 담요에 둘둘 말아 무더기로 트럭에 쌓았다가 옮겨 구덩이에 묻고 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시신도 이슬람법에 따른 정식 매장이 아닌 약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슬람 성직자들이 시신을 물로 씻지 못하고 얼굴과 손의 흙만 닦은 뒤 곧바로 땅에 묻고 있다"고 보도했다.

압돌바헤드 무사비 라리 이란 내무장관은 전염병 발생을 우려했다. 그는 "시신을 즉각 수습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위생을 강화하지 않으면 큰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사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자 개혁 성향의 신문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지진 대처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고 CNN은 전했다.

○…밤시로 통하는 주변 도로에서 약탈이 자행된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이란 정부는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밤으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구호 물자와 구조단을 태운 차량의 이동만을 허용하고 있지만 중간에서 물자와 구호품이 약탈당하는 바람에 정작 구호 차량이 밤에 진입할 때는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칼리시니코프 소총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차량을 타고 쫓아와 트럭을 세우고 물자를 뺏고 있으며, 일부는 오토바이로 구호 차량을 뒤쫓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이란의 수도인 인구 1천2백만명의 테헤란 역시 지진 위험 지대에 속하며, 강진이 발생하면 최대 1백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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