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우리 경쟁자는 벤츠·BM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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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독일 사람들의 몸에는 엔지니어의 피가 흐른다는 말이 있다. 독일의 2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컨티넨탈 오토모티브 시스템(CAS)의 칼 토마스 노이만(46·사진) 사장이 그런 경우다.

 최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미래의 자동차 신기술’ 발표회에서 그는 50쪽의 난해하기 짝이 없는 여섯 가지 신기술 자료를 두 시간 동안 각국 기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질의 응답 때도 해박한 지식으로 막힘이 없었다.

 CAS는 벤츠·BMW·아우디 등 20여 유명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한다. 현대·기아·쌍용·GM대우 같은 국내 회사들도 고객이다. 주로 자세 안전장치(ESC)와 에어 서스펜션 등을 공급받는다. 올해 한국 매출은 1000억원 규모로, 점점 공급이 늘어 2010년에는 3000억원 매출을 기대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반경 500㎞ 안에는 자동차 공장 20여 곳이 몰려 있다. 여기서 연간 950만 대의 자동차가 쏟아져 나온다.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 공장도 이 벨트 안에 들어있다.

 그는 21세기 들어 독일 자동차 산업이 더욱 성하고 미국이 내리막 길을 걸은 데 대해 “독일 업체들이 긴 안목에서 기술 혁신(이노베이션)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은 단기 실적이나 재무 개선에 치중해 핵심 기술을 키우는 데 소홀했다는 설명이다.

 부품 산업의 경쟁력도 명암을 갈랐다. 노이만 사장은 “독일의 부품업체 엔지니어는 자동차 업체 연구원과 대등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우수 인력이 끊임없이 유입된다”고 말했다. 부품업체의 경쟁자는 동종 업계 뿐만 아니라 완성차 회사라는 말도 했다. 벤츠·BMW 나 일본 도요타 등은 그동안 부품업체의 영역이던 안전 관련 신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츠가 자세 제어장치(ESP)를 개발한 지 이미 20년 가까이 됐다.

 현대자동차의 기술 수준에 관해 그는 “2000년 이후 가장 급속도로 발전한 자동차 업체”로 꼽았다. 현대차는 내년 초 대형 세단 BH를 내놓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 그는 “프리미엄 비즈니스에는 브랜드 파워처럼 기술력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는 조언했다. CAS는 BH에 레이저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 조절해 운행케 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을 공급한다.

 전기공학 박사인 노이만 사장은 뮌헨과 미 텍사스에서 모토로라의 자동차 사업 부문 연구원으로 일했다. 99년 독일 폴크스바겐에 입사해 전장(電裝) 부문 총괄 임원을 지냈다. 2004년 10월 지금 자리에 영입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95억 유로(약 12조원)다. 타이어 부문을 합친 컨티넨탈 그룹의 총 매출은 19조원에 달한다.

뒤셀도르프(독일)〓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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