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런 새해 경제운용(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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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열기에 묻혀 아예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새해경제가 걱정스럽다. 내년초의 정부교체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경제정책기조의 일대전환과 이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는데다 쌀개방문제를 핵으로 하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마무리대책,농산물·금융·통신개방을 둘러싸고 연초부터 거세게 밀려닥칠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대응 등 바깥바람을 막는 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눈앞에 내다보이는 상황이 심상치 않을수록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무엇보다 새해 경제운용의 중심지침이 될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이 완벽하고 합리적인 내용으로 짜여지기를 바라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이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16일 열린 경제장관회의는 내년에도 안정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는 기본전제하에 6∼7%의 성장과 5% 이내의 소비자물가 상승을 골자로 한 경제운용의 대체적인 골격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상황에서 이정도의 성장과 물가억제목표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그같은 목표들을 달성하는 수단의 성격과 강도,그리고 성장의 경우 양보다 내실을 확보하는 방안들이 빈틈없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금년초에 7%로 잡았던 성장이 왜 5%대로 주저 앉았는가,그리고 설비투자촉진책이 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규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총 통화증가율을 금년보다 낮은 14∼17%로 잡은 것 자체는 대체로 수긍이 가지만 이 역시 시기별·부문별로 통화공급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더 중요한 만큼 앞으로 세부작업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새해 경제운용계획을 만드는 경제부처에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새 정부에 의해 변경되리란 이유때문에 계획을 부실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는 이상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한층 설득력있는 알맹이로 채움으로써 새 정부가 이를 그대로 계승토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소득증가를 위한 성장촉진·금리인하·사회간접자본 투자의 대폭 확대 등으로 안정보다 경기부양에 치중할 공산이 크므로 성급한 부양책이 안정기조를 깨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속에는 안정기조 유지논리의 공감대를 넓히는 내용들이 충실하게 갖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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