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 기자회 말글 사랑상 수상 수도학원장 이재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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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60년부터 지금까지 32년간 성인 한글교실을 이끌며 문맹퇴치 운동에 힘써온 이재식씨(57·수도학원 원장)가 한국교열 기자회(회장 한완인)가 주는 제4회 한국어문상 말글사랑 부문상을 받았다. 한국어문상은 한국 교열 기자회가 제정, 매년 그해의 어문연구에 공이 큰 일간신문·통신기자와 사회봉사를 통해 국어문하 발전에 기여한 일반인에게 주는 상으로 이씨는 올부터 일반인에게 수여되는 말글사랑 부문상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이씨의 공로는 문맹퇴치 운동. 예전의 계몽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문맹퇴치」란 말은 이제 입에 올리기 어색한 고어가 다 됐지만 이씨는 오히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서 더욱 소외됐던 사람들의 말못할 고민을 풀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해왔다. 지난 60년 친구들과 야학을 시작했던 것을 계기로 68년부터 학원을 경영해온 이씨는 수도학원 내에 미취학 근로청소년·주부·노인 등을 위한 한글교실을 운영해 그 동안4만8천명에 달하는 졸업생을 배출해 온 것 .현재 수도학원 한글교실에 등록된 수강생 숫자만도 6백명에 이른다. 이씨는『한글을 모르는 답답함은 목마름이나 배고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라며『배움의 힘은 자신감을 갖고 삶을 적극적으로 이끌게 하는데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 등록생은 40∼50대의 주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특징. 새벽반부터 시작해 야간반까지 있는 이 수업엔 약 20여명의 강사가 노래교재까지 이용하며 만학도를 지도한다. 처음엔 자녀교육 때문에 왔다며 접수창구를 기웃거리지만 정작 얘기해보면 버스나 지하철의 안내판도 못 읽는 답답함을 털어놓는 어머니가 뒤늦게 배움의 한을 푸는 수강생들이다. 이씨는『자녀들을 대학교육까지 시켜놓고 뒤늦게 가족 몰래 공부하러온 어머니, 글자를 몰라 외상기록도 못했다는 떡장수 아주머니가 결국엔 한글을 익히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한글을 몰라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 나이 많은 여성임을 보면서『「여자는 못 배워도 된다」는 예전의 사고방식이 결국 한 개인의 생활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를 읽고 수용하는 능력을 저해해온 폐단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50대가 넘은 노인의 경우에도 3∼6개월이면 한글을 비롯, 간단한 산수와 한문까지 익힐 수 있는데…』라며 평소 느껴왔던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더 이상 찾아오는 수강생이 없을 때까지 한글교실은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이씨는 전북장수가 고향이며 남들보다 늦게 독학으로 한양대 원자력 공학과를 졸업한 자전적인 인물로 지난 9월엔 만해 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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