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명물/재첩 사라져간다/골재 채취 허가 남발로 황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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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간질환에 효험… 국물맛도 일품
경남 하동의 명물 섬진강 재첩이 멸종 직전이다.
한때 「모래 반,재첩 반」으로 불릴만큼 많이 서식했으나 하동군과 전남 광양군이 재정수입에만 혈안이 돼 섬진강의 골재채취 허가를 남발하는 바람에 강바닥의 자갈·진흙이 드러날 정도로 서식처가 황폐화 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게다가 하상이 낮아지면서 바닷물이 강심 깊숙한 곳까지 차 오르는 바람에 염도가 높아져 폐사하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해 이같은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더욱이 어민들까지 재첩잡이가 예전같지 않자 채취그물 코를 종전 가로·세로 각 1∼1.5㎝에서 0.5∼0.6㎝로 촘촘히 줄여 사금을 골라내듯 씨를 말려 멸종을 부채질하고 있다.
재첩은 섬진강 하구를 비롯해 낙동강·금강·영산강 하류 등 강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지점의 모래바닥에 서식하며,간질환 등에 효험이 뛰어난 메티오닌 성분이 풍부하고 국물맛이 담백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민물조개.
『재첩국 사이소,재첩국.』
새벽 골목길의 정다운 외침속에 부산의 명물로 등장했던 낙동강 재첩은 사상·장림공단 등에서 쏟아내는 산업폐수로 거의 폐사하거나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데다 하구둑 건설 이후 바닷물이 역류하지 못해 결국 멸종되다시피 했고 섬진강을 제외,다른 강의 오염이 심해 섬진강이 유일한 무공해 재첩서식지로 알려지고 있다.
섬진강은 특히 모래질이 좋고 물이 맑은데다 청정해역인 남해 바닷물이 거슬러 올라와 하동군 하동읍 광평리 섬진교에서 하류인 신기리 사이 약 6㎞ 구간은 재첩이 서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알려져 왔었다.
이 강의 재첩은 그래서 맛과 향이 어느곳 것보다 뛰어나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까지 인기가 높아 ㎏에 9백∼1천원씩의 비싼값에 팔리고 있을 정도.
그러나 무분별한 골재채취에 마구잡이 채취,그리고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이후 바다까지 오염되기 시작하면서 황폐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15년째 이곳에서 재첩잡이를 해왔다는 김봉원씨(55·하동읍 목도리)는 『5∼6년 전만 하더라도 하루 30㎏들이 일곱부대 이상은 잡을 수 있었으나 지난해부터는 하루 두세부대 잡기도 힘들어 생계유지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첩을 군 소득원으로 선정해 두고 있는 광양군과 하동군은 지난해부터 동력선에 갈고리를 달아 강바닥을 훑듯 기계식으로 잡을 수 있는 행망어업 허가를 금지시키고 서식환경이 좋은 6㎞ 구간,31.9㏊에 재첩씨앗을 뿌려 키워 잡을 수 있는 내수면 양식어업 면허 17건을 허가,재첩 서식지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하동군은 또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도수망 허가만 1백9건을 내주고 무허가 재첩 재첩잡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광양군도 재첩잡이 갈고리 코 규격을 가로·세로 각 1㎝ 이상으로 제한,그 이상 자란 것만 잡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광양군은 손으로 잡는 것은 아무런 제한을 하지 않고 있고,하동군은 갈고리 코 기준을 정해두지 않은데다 양식구역에 한해 다시 기계식 재첩잡이 허가를 내줄 움직임을 보여 도수망 어업허가를 받은 어민들로부터 씨앗을 말리는 남획허가가 될 것이라는 거센 반발을 사는 등 두군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아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하동·광양=허상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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