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동고동락했던 1000여 옛 동료를 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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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회사를 키우며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은 마치 조강지처와도 같지요. 과거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회사발전을 위해 고민했던 분들에게 감사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염색약 ‘양귀비’, 배탈설사약 ‘정로환’으로 널리 알려진 동성제약이 50주년을 맞아 회사를 떠난 1000여 명의 옛 동료를 애타게 찾고 있다.
 이양구(47·사진)사장은 “직원은 소비자 다음으로 기업 성장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분들을 찾아 감사를 드리는 것이 설립자인 이선규 회장(84)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성제약은 ‘우리나라 머리 염색약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7년 이 회장이 쌍용제약소를 인수, 동성제약으로 개명한 뒤 처음 시장에 선보인 것이 염색약 양귀비다. 당시 염색약은 끓여야만 사용할 수 있어 매우 불편했다. 이를 파우더로 만들어 옥시풀에 개어 사용함으로써 편리성을 높인 것.

 이후 동성제약은 68년 ‘아름다운 갈색! 머리!’라는 광고카피로 우리에게 익숙한 샴푸형 염색약 ‘훼미닌’을 탄생시켰고, 88년엔 7∼8분 만에 염색할 수 있는 ‘세븐 에이트’를 출시해 염모제 시장을 주도했다.
 이 사장은 “염색약엔 알칼리 성분이 함유돼 있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많다”며 “따라서 유해성분을 줄이고, 가능하면 짧은 시간에 착색하도록 만드는 것이 염색약 연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동성제약이 경기고속버스에 게재하고 있는 '사우 찾기' 광고.

200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60초 만에 염색되는 ‘오마샤리프 60’, 2006년도에 선보인 ‘세븐 에이트 마일드’는 동성제약이 자랑하는 신개발품들. 시간을 단축했을 뿐 아니라 알칼리 성분이 아닌 중성 염모제를 개발함으로써 세계 수많은 경쟁제품의 기술을 따돌린 것이다. 일반 염색약의 pH가 9∼11로 강알칼리인데 세븐 에이트 마일드는 pH 6.8∼6.95로 중성 기준인 pH7 이하다.

 그는 “동성제약은 염모제와 관련해 특허가 3개 있을 정도로 세계 어떤 제품보다 개발력이 앞서 있다”며 “이러한 기술 덕분에 염모제 시장의 40%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기대주는 새치용 염색약. 지난 3월 개발해 통신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기존 1회용은 안료를 원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땀이 나거나 비가 오면 염료가 흘러내린다”며 “하지만 EZN(이지엔)은 산성염료를 사용, 빨리 마르면서 방수가 되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동성제약은 올해를 제2의 도약기로 삼고 있다. 전문의약품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15개 품목을 비롯, 일반의약품 및 신약 두세 개를 라이선싱 할 계획이다. 특히 코에 뿌리는 분무형 인슐린이 상반기에 국내 임상 3상을 마칠 것으로 예상돼 동성제약의 주가를 한껏 부풀려놓고 있다. 주사형의 불편함을 없앤 이 제품은 미국 벤틀리제약이 특허를 가지고 있는 제품으로 동성제약이 지난해 국내 판매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이달부터 경기 고속버스 500대에 ‘보고 싶은 사우를 찾습니다’는 광고를 게재했다”며 “이분들 소재가 파악되면 10월 5일 창립 기념 행사에 초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랑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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