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두부 팔아 벤츠 타는 방법 알려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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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두부 한 모 경영

다루미 시게루 지음, 이동희 옮김, 전나무숲, 226쪽, 1만1000원

일본에 날건달이 한 명 있었다. 노랗게 염색한 긴 머리에 늘 반바지와 비치 샌들 차림이었다. 그의 꿈은 교사였다. 하지만 공부를 못해 선생님에 의해 강제포기당했다. 결국 자포자기 심정으로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아 동네 두부장수가 됐다. 그랬던 그가 구멍가게를 일본 최고의 두부회사로 만들었다. 도쿄증시에도 상장시키는 벤처신화도 이룩했다. 그의 이름은 이 책의 저자인 다루미 시게루(樽見茂.44).

이 책은 그의 자서전적인 경영서적이다. 두부장수가 왠 자서전과 경영지침?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같은 쟁쟁한 경영의 귀재들이라면 몰라도…. 지은이 스스로도 젊은 시절 두부장수가 되길 싫어했고 주변의 놀림도 받았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색다르다. 취직이 어려운 요즘, 소자본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생존법을 가르치고 있다. 두부 한 모를 팔기 위한 그의 피눈물나는 52가지 법칙이 담겨있다. "어이! 두부장수"라는 비아냥을 듣고는 "반드시 부자가 되겠다" "성공해서 벤츠를 타고 다니겠다"는 그의 결심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실을 이루게 되는지 보여준다.

지은이는 결단력 하나는 타고난 듯하다. "이 세상은 짝수냐 홀수냐 둘밖에 없다. 짝수도 홀수도 아닌 중간에 멈춰서는 주사위는 없다. 역전타를 노리려면 흑이냐 백이냐 어느 쪽이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어제 단언한 말이라도 틀렸다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바꾼다"는 민첩함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탐구심이다. 비록 날건달 출신이긴 했지만 최고가 되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연두부 특유의 부드러움과 일반 두부의 고소한 맛을 동시에 갖춘 최초의 제품 '천연간수로 만든 연두부'다.

비록 두부(豆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두부(豆富)가 된 지은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만하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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