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기용된 채정안, 박지윤 배 아프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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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헤로인으로 당초 낙점됐던 가수 겸 탤런트 박지윤 대신 채정안이 투입됨에 따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대타 기용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영화계와 방송가에서는 대타 기용과 관련해 두 가지의 상징적 사건이 벌어졌다. 그 하나가 일급 스타들의 잇단 출연 거부로 좌초 위기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작품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다. 이 영화는 기획 당시 고소영에 이어 이나영, 그리고 수애에 이르기까지 숱한 여배우들이 여주인공 역을 거절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신인이나 다름 없던 김아중에게 그 역할이 돌아갔다. 김아중은 전신 성형을 통해 거듭난 미인 역을 보란 듯이 멋지게 소화해냈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비수기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김아중은 첫 영화로 대종상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12월에 종영된 MBC 주말 드라마 '환상의 커플' 역시 한예슬이라는 대타 스타를 낳았다. 당초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그가 맡은 안나조는 엄정화가 고사했던 역. 한예슬은 개성이 강한 이 캐릭터를 통해 '꼬라지'라는 유행어까지 낳으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최근 영화 흥행과 가수 재기에서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엄정화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한예슬 자신도 역시 MBC 주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을 고사해, 영광을 정려원에게 돌려버린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타 기용이 영화나 드라마 입장에서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비 대신 양동근이 출연했던 '바람의 파이터'는 기대에 못 미친 졸작이란 평가를 받았고, 설경구 대신 차승원이 얼굴을 내밀었던 '박수칠 때 떠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라마에서도 안재욱 대신 박정철을 기용한 '리멤버'나 차승원 대신 김국진을 캐스팅한 '내 사랑 반달곰' 등 대타 기용에 실패한 작품은 끝도 없다.

그렇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타 기용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계나 방송가에서는 무엇보다도 대타가 얼마나 신선한 얼굴인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단순히 이름값만 쫓을 경우는 오히려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신인인 경우엔 주가가 한창 높아지고 있어서 관심이 쏠리거나, 해당 배역과 대타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 성공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나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이 대표적인 예다.

KBS 주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은 원래 송일국 몫이었다. 그러나 그가 '해신'에 이어 연달아 사극에 얼굴을 내밀기 어렵다는 이유로 고사하자 비교적 신인이었던 김명민에게 돌아갔다. 이 드라마에 이어 '하얀 거탑'으로 김명민은 순식간에 일류 탤런트 대열에 합류했다.

정상급 영화 배우나 탤런트가 첫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고 나서, 영화나 드라마 기획자들이 해당 배역에 대한 고민을 더 해 예기치 않은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대타가 역전 만루 홈런을 친 경우다. 당초 한석규와 차인표의 출연 거절 이후 이병헌과 송강호를 끌어들인 '공동경비구역 JSA'가 좋은 예다. 감우성과 이준기라는 톱스타를 탄생시킨 '왕의 남자'도 당초 장혁과 이승기를 주역으로 기획됐다. 두 영화는 어느 모로 보더라도 대타 캐스팅이 더 나았다는 평가다. 각각 SBS와 MBS의 간판 드라마가 된 '파리의 연인' '대장금' 역시 마찬가지다. 전자에서 박신양은 배용준 대신 캐스팅 됐고, 후자에서 이영애는 송윤아의 대타였다.

영화계와 방송가에서는 대타 기용과 관련해 이런 속설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가 뜨기 전에 대타 기용이 화제가 되는 경우는 실패하고,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고 나서 화제가 되는 경우는 성공작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획 초기 단계 대타 기용이 알려지면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은 해당 영화나 드라마에 잡음이 많다는 식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고 나면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캐스팅 제의 거절 사실을 슬쩍 흘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박지윤이 중국 TV 드라마에 전념하기 위해서 고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된 '에어시티'의 후속작 '커피프린스 1호점'. 대타로 캐스팅된 채정안은 올해 초 이혼 사실까지 뒤늦게 알려져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경우는 대타 기용에 성공할지, 실패할지 영화계와 방송가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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