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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 영어 … 하는데 왜 회화는 못하죠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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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해 3만 명을 돌파했다. 대학마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장학금 지원, 영어강의 확대를 통한 국제화를 경쟁적으로 시행한 결과다. 유학생 5명이 19일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다. 이들은 두 시간 동안 서툰 한국말과 손짓까지 동원하며 '그들이 본 한국'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사회에 뼈아픈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론은 "그래도 한국이 좋다"는 것이었다. 한국 유학생(3만2557명, 2006년 기준) 중에는 중국인이 2만여 명(61.7%)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3700여 명, 11%).미국(1400여 명, 4.5%).베트남(1100여 명, 3.6%)에 이어 대만(900여 명).몽골(800여 명)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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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에 대한 배려 부족"=유학생들은 "솔직히 유학생활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학점 경쟁은 심한데 영어 강의는 없고, 외국인을 배려하는 제도도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가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는 암기 위주의 강의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하지만 사제 간, 동료 간 친밀감에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콘스탄틴은 "교환학생은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사람"이라며 다양한 나라에 눈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절버="교수님께 찾아가 '한국말이 서툴러 수업 따라가기가 어려운데 좀 봐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영어로 어렵게 공부한 분이라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여긴 경쟁이 심해 외국 학생을 배려할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해 야속했다."

▶야쿱="교과과정을 이해하는 게 암기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교수들은 주로 외울 것을 요구한다."

▶테이="한국 대학은 프랑스에서 느끼지 못한 '학교생활에 대한 재미'를 줬다. 교수와 학생 간에 친밀감.존중감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프랑스엔 없는 MT를 따라갔는데 교수들도 참여해 깜짝 놀랐다."

◆영어 열풍, 실력은 글쎄=한국 대학생의 영어 열풍을 유학생들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학생의 영어공부는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외교관을 꿈꾸며 영어.불어에 능통한 콘스탄틴은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데,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환경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찬사를 보냈다.

▶테이="외국인에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것 같다. 자신감을 가져야 말하기 능력이 향상된다."

▶야쿱="영어만큼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의 언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 놀랐다."

▶콘스탄틴="발음과 문법이 너무 달라 한국 사람이 하기에 어려운 것 같다. 한국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즐긴다는 인상을 못 받았다. PC방이 진짜 발달해 있다. 요즘 개봉한 영화 '슈렉3'도 인터넷을 통해 불법 내려받기 해서 봤다."

▶절버="개봉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해 받아볼 만큼 인터넷 환경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편리한 인터넷 쇼핑이나 영화 예매는 '그림의 떡'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회원 가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문화, 이건 이해 안 된다"=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은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다. 이방인들에게 한국은 특이한 문화도 많았다. 출신 국가에 따라 차별대우하는 한국사람들의 습관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었다.

▶콘스탄틴="한국 학생들은 술을 정말 많이 마신다. 교환학생이 아니라 술집 교환학생을 6개월 하면 정말 한국어가 많이 늘 것 같다."

▶타차폰="중매결혼 관습이 이상했다. 왜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않고 부모님이 정해주는 사람과 만나는지 모르겠다."

▶절버="옷가게에서 주인에게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 유럽 쪽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필리핀.몽골 등 후진국에서 온 사람들은 돈 없다며 무시한다."

▶아쿱="식당에 혼자 가면 주인 아주머니가 '혼자예요? 정말요?'라고 몇 번씩 물어봐서 어색했다. 극장도 혼자 가는 것을 이상하게 보더라."

◆"그래도 한국이 좋다"=유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조직폭력배.태권도의 나라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선택한 한국으로 유학 오는 것은 아시아권에 대해 관심이 있고, 중국.일본에 비해 아직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절버="몽골에서 본 한국 영화에는 조직폭력배가 많이 나왔다. 서울 시내에서 검은 양복 입고 몰려다니는 조폭들을 흔히 볼 줄 알았다."

▶야쿱="독일의 한국인 중엔 태권도 사범이 많다. 독일에서 배운 태권도 실력 시험해 보려고 '같이 태권도 할래'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본다. 오히려 '축구하자'는 제안을 많이 받는다."

▶테이="프랑스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아시아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꿈이다. 한.중.일을 놓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중국.일본에 비해 프랑스에선 흔치 않은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다."

▶절버="몽골어로 한국은 '솔롱고스', 무지개라는 뜻이다. 몽골 사람들이 검은색 같은 어두운 옷을 많이 입는 반면 한국에선 여자들이 화려한 색을 많이 입는다. 한복도 정말 예쁘다. 한국은 내게 늘 '무지개의 나라'로 기억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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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권근영.송지혜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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