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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수혈도 위험하다|임상병리학회 보고「이식편대숙주 병」2명 사망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면역기능이 정상인 사람이 수혈을 받고 이식편대숙주 병(GVHD)이란 치명적인 질환에 걸려 사망한 사례가 최근 국내에서 2건이나 발생,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수혈에 의해 발병되는 GVHD는 치사율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보다 더 높은 무서운 질환으로 국내에서 이 병으로 사망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가족수혈인 경우 걸릴 위험성이 훨씬 높아 최근 에이즈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족수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대 박명희 교수(임상병리과)팀과 고려대 이갑노 교수(임상병리과)팀은 각각 최근 열린 대한 임상병리학회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이 교수 팀은 17세 된 소녀가 개심 술 수술시 부모와 오빠로부터 수혈을 받고, 또 박 교수 팀은 생후 17일된 남아가 장 폐 색 증 수술 뒤 수혈을 받고 GVHD증세를 보인 뒤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혈에 의한 GVHD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민족에서 잘 나타나며 모르는 이의 혈액보다는 가족 수혈 시, 또 대량의 혈액이 필요한 개심 술 수술과 신생아에서 잘 발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수혈 받은 환자의 림프구는 새로 들어온 림프구를「자기」로 인식하는데 비해 새 림프구는 환자의 림프구를「비자 기」로 여겨 숙주(환자)장기와 혈구를 공격·파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헌혈자와 수혈 자 혈액의 조직적합성 항원(HLA)의 반이 같은 특수한 경우」에 발생하므로 가족수혈일 경우 발병률이 높아진다.
GVHD는 대개 수혈 l∼2주 후 발병하며 고열과 전선피부발진·간 기능 장해·혈구감소 증 등의 증세를 보이다 한달 전후로 사망하는데 일단 발병하면 90%이상 죽음에 이른다.
박 교수는『이 질환은 일본에서처럼 헌혈 혈액에 방사선을 조사하면 예방할 수 있으나 국내에는 대부분의 대학병원에도 기계가 없어 무방비상태라며 혈액용 방사선기계의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가족수혈보다는 자가수혈을 적극 활용하는 게 유일한 방책이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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