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회고록 출간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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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부각시킨 전기 및 회고록이 최근 속속 출간돼 팔리면서 3, 4공화국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을 호 도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5, 6공의 실정으로 인한 3공 복고분위기에 편승, 박정희를 「위인」으로 규정한 책까지 나왔다. 이러한 현상은 3공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나타나는 것들이어서 역사학자들은 좀더 시간이 흐른 후 박정희에 대한 공과를 정확히 평가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 서울능동어린이회관에서는 정일권 전국회의장, 신현확·남덕우 전 총리, 김용태 동서문화교류협회장, 박근영 육영재단이사장 등 이 공동으로 주최하는『위인 박정희』출판기념회가 열릴 예정이다. 필자 정재경씨(민족중흥사상 연구소장)가 청소년 교육용으로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은 머리말에서 노산 이은상의 말을 인용, 『박정희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역사상 세종대왕과 이충무공을 합해 놓은 인물로 후세의 사가들은 반드시 평가할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박정희의 친필 자서전『나의 소년시절』과 일기, 누나 박재희씨의 증언과 필자의 시대적 평가를 모아 엮은 이 책은『박정희는 어릴 때 체구에 비해 담력이 세고 머리가 비상하여 암기력이 뛰어 났었다』는 위인전 서술형식으로 시작해『한국의 5천년 민족사상 박정희만큼 민족의 자존심을 드높인 때가 과연 어느 시대에 또 있었는가에 대하여는 후세의 사가들이 평가할 문제』라고 결론을 맺고 있다.
이에 앞서 정재경씨가 집필, 지난해 4월 출간된『박정희 사상 서설』은 박정희의 등장 및 존재이유를 이론화한 것으로『일반적인 민주주의 논리에서는 군의 정치개입이 적으면 적을수록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쉽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단순화된 논리로 모든 군의 역할을 기술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력개입이 정치발전에 이바지하는 예가 없지 않기 때문』이라는 등의 일반의 인식과는 괴리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나온『박정희』1권(조갑제 지음)은 박정희의 생애 가운데 1917년부터 60년까지를 다룬 것으로 각종자료와 증언 등을 통해 치적을 중점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3공시절 대통령비서실장·외무장관 등을 지낸 바 있는 이동원씨(국제학술원장)는 지난달 자신의 회고록인『대통령을 그리며』를 펴냈다. 이씨는 이 책에서 62년 대통령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박정희와 인연을 맺은 후 외무부장관 등으로 3공의 핵심에 있으면서 겪은 일들을 회고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이씨는 3, 4공의 성공사례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문제가 많았던 월남파병에 대해서는『90년 11월 오늘 읽은 안정효의「하얀 전쟁」은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외무장관시절 내가 추진했던 월남파병엔 이토록 그늘진 구석도 있음에 난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한다』고 다소 자기변명 적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이같은 박정희 미화작업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보수회귀의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사학과)는 『당대에도 전기가 나올 수는 있으나 객관성이 문제』라고 지적하고『최근 우리사회에 일고 있는 보수적인 분위기에 편승, 그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어『5·16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정희 개인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3, 4공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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