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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인구통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남자가 아이를 낳았다」. 지방행정기관이 조사한 인구통계 자료를 뜯어 보면 그런 엉터리도 있다. 갓 20세가 된 독신남성 세대주에 딸이 있다는 자료들이 더러 발견돼 통계청 조사요원들이 기겁을 한다. 어떤 때는 30대 세대주에 딸이 5명이 있는 것으로 기록된 자료도 있다. 이같은 통계자료들을 컴퓨터에 집어넣으면 어김없이 「다시 조사하십시오」라는 응답이 나온다. 통계청에 설치된 컴퓨터의 검색기능이 없다면 잘못되거나 조작된 통계들을 사전에 걸러내기가 매우 힘들다.
인구통계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인적구성 내용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까를 예측할 수 있는 갖가지 요소들이 포함된다. 북한이 인구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주의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개방화를 천명하고 나서 인구조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내용을 서서히 공표하고 있는건 경제성장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지원하는데 통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나라의 인구통계건 오차는 있게 마련이다.
상주인구조사에서 유동인구까지 빠짐없이 기록하기가 어렵고 더러는 중복된 통계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는 상주인구의 전수조사치가 추계된 인구보다 대개 1∼2%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90년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 총인구가 추계인구보다 오히려 1.2%나 많아 통계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지방에서 통계를 부풀리고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실시된 전문기관의 확인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방자치제의 전면실시를 앞두고 인구증가에 따른 행정기관의 직제개편과 예산의 증액배정 등을 노린 일선 행정책임자들의 조작이었다. 정부가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오던 상주인구조사를 82년만에 폐지하고 올해부터 매년말 기준으로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인구를 정부의 공식통계로 활용키로 한데는 그런 사연이 반영된 것 같다.<최철주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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