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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 한나라 고소·고발 난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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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와대와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 간의 다툼이 고소전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진수희 대변인을 고소했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와 김혁규 의원을 고발키로 했다.

이슈추적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범여권 변수'가 생겼다. 이해찬 전 총리는 14일 "이명박 후보는 약점이 많아 낙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는 "박근혜 후보가 상대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또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관한) 중요한 (네거티브)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를 두고 "범여권의 협박 정치"라는 주장이 나온다. 범여권의 공격이 이 후보에게 집중되는 탓에 이명박-박근혜 대결전이 노무현-이명박 대결전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가 더 쉽다"는 발언은 이.박 후보 진영을 묘하게 균열시키고 있다. 그래서 고도로 계산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야당의 유력 후보 두 사람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건 1987년 대선 때 김영삼-김대중 후보 이후 20년 만이다. 당시 '4자 필승론'에 편승한 민정당이 야당 후보 분열로 승리한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가 이 후보 캠프 대변인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논란의 한복판에 서는 모습을 보이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과거엔 병풍(兵風), 총풍(銃風), 세풍(稅風)이 불더니 이번엔 청풍(靑風.청와대발 바람)이 한나라당 경선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협박 선거전"="이.박 후보에 대한 중요한 자료를 갖고 있다"던 열린우리당 장 원내대표는 15일엔 주춤했다. 그는 "아직 (공개할) 때가 아니다"며 "한나라당 후보들이 아직 숨기고 있는 게 많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심판받아야 한다. 나중에 드러나면 본인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큰 결례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 한나라당 내부 토론에서 안 밝혀지면 후보 결정 뒤 (내가)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에선 그가 한나라당 후보들의 탈세 의혹과 재산은닉 자료, 사생활 관련 파일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선 "장 원내대표가 유례없는 협박 선거전에 나섰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나 대변인)라고 비판했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의혹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홍준표.원희룡.고진화라면 몰라도 박근혜.이명박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한다"는 장 원내대표의 표현은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또 청와대와 이 후보가 격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시점에 나왔다. 여기에 총리를 지낸 대선 예비 주자인 이 전 총리까지 가세하자 한나라당은 범여권이 커다란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때 만해도 후보가 결정된 뒤에야 본격화됐던 야당에 대한 공세가 경선 단계로 앞당겨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캠프에선 '2002년과 2007년 네거티브의 유사점'을 발표했다. ▶사기꾼 주장을 근거로 내세운다 ▶대선 6개월 전에 시작한다 ▶당내 조사특위를 꾸려 의혹 증폭의 도구로 삼는다 ▶청와대가 기획을 조정한다 ▶당 대표 등이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선다는 내용이다. 또 장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직접 아들의 병역면제 청탁을 위해 1000만원 이상의 돈을 건넸다는 증언을 해줄 증인이 몇 사람 있다"고 했던 2002년 8월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발언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정치의 메인 흐름에 서지 못한 초조감, 어떻게든 한나라당 후보들의 대척점에 서야 한다는 심정이 이런 현상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정치 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현 단계에서 범여권의 네거티브는 내부의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고소.고발로 번지는 정국=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 이 후보 측 대변인인 박형준.진수희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의원이 "청와대 지시로 이명박 죽이기 정치공작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놓고서다.

천 대변인은 "두 의원이 고소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에 커다란 지장을 줬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문재인 비서실장이며 고소장은 이날 오후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다. 천 대변인은 "이 후보도 대변인과 비슷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다만 법률적 대응에 엄격함이 필요해 일단 이 후보를 고소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은 격하게 반발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우리도 맞고소를 준비해 놨다"고 말했다. 고소 당사자인 박 대변인은 "청와대의 고소에 '고소(苦笑.쓴웃음)'가 난다"며 "우리는 이번 고소를 국민에 대한 청와대의 저항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진 대변인도 "오히려 청와대가 이 후보를 공격한 자신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장 원내대표, 이 후보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한 김혁규 의원을 다음주 초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서승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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