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교수」의 궤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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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외설시비에 휘말린 소설 『즐거운 사라』의 작가 연세대 마광수교수(41)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8일 오전 서울형사지법 법정에서 열렸다.
50여명의 동료·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 교수는 「문학이라는 가면을 쓴 포르노물에 불과하다」는 비난에 맞서 자신의 소설이 「리얼리즘에 충실한 문학작품」는 이라는 소신(?)을 매끄런 화술로 펴나갔다.
그러나 마 교수의 주장에는 현실을 무시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적 비약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었다.
마 교수는 『문학작품이 교훈적인 내용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에 반대한다』며 『상상의 세계에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즘을 줌으로써 현실에서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창작동기를 설명했다.
현실에서 차단된 성적 자유가 자유분방한 주인공 「사라」를 통해 전해짐으로써 독자들이 성적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는 논리를 편 마 교수는 심지어 난잡한 섹스를 즐기는 「사라」를 고전문학의 주인공 「카르멘」과 「마농레스코」로 비유했다.
또 개정판을 내며 더욱 노골적인 성묘사를 한 까닭에 대해서는 마 교수는 『사라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부각시키려면 성묘사가 보다 사실적이어야 한다고 믿었고 이는 작가적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이해하기 힘든 논리를 구사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 소설을 읽었을 경우 악영향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변호인측의 질문에 『청소년들이 「야한 소설」을 읽는다고 즉시 여성들에게 덤벼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청소년중에는 조숙한 층도 있어 이 정도 내용은 시시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변태성행위·동성애·교수와 제자와의 성관계,심지어 아버지까지 성적 대상으로 삼는 무차별적 성편력의 여대생 「사라」.
물론 「오렌지족」 등 쾌락주의에 물든 청소년이 늘고 있다지만 「사라」가 이 시대의 전형적인 젊은이상이라든지 음란물을 보여줌으로써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는 식의 마 교수의 논리는 아무리 뒤집어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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