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심판의 날 US오픈 티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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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옥의 라운드' US오픈 골프가 14일 밤(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오후 9시6분 10번 홀에서 출발한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역대 가장 어려운 코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자정 현재 9개 홀에서 6오버파를 쳐서 하위권이다. 역대 메이저대회 사상 가장 긴 12번 홀(파 5.667야드)에서 7타를 치는 등 더블보기 2개와 보기 2개를 했다. 버디는 없었다. 같은 시간 1번 홀에서 출발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9번 홀까지 이븐파로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선두는 2언더파인 데이비드 톰스(미국) 등 2명이며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7오버파를 쳤다.

아마추어 선수인 트립 퀴니(미국)는 11번 홀까지 7오버파로 부진했다. 이 선수는 진짜 아마추어다.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 하루 종일 프로처럼 훈련하는 신분만 아마추어 선수가 아니다. 퀴니는 35세로 직업은 펀드매니저다. 혼자 3000만 달러(약 280억원)를 운용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의 회사 이름은 '더블 이글(앨버트로스)'이다.

학창 시절 골프 경력은 화려했다. 1994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 결승에서 타이거 우즈에게 앞서다 아쉽게 역전패한 경력이 있고, 미국 대표팀에도 여러 차례 뽑혔다. 애리조나대 골프팀에서는 필 미켈슨과 룸메이트로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로 전향하지 않았다. "돈을 위해 골프를 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고 투어에 나가면 가족과 함께 있을 시간을 빼앗긴다"고 퀴니는 말했다. 골프의 성인(聖人) 보비 존스 이후로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아마추어 정신을 지키는 골퍼인 셈이다.

그의 두 동생은 모두 유명한 프로선수다. 남동생인 행크는 장타자의 대명사로 98년 US아마추어에서 우승했고, 현재 PGA 투어 선수다. 여동생 켈리도 US여자 아마추어를 두 차례나 석권하고, LPGA 투어에서 뛰었던 프로 골퍼다. 행크는 "형이 프로가 됐다면 분명 정상급 선수였을 것"이라고 평한다. 퀴니는 회사와 가족을 위해 하루 두 시간만 골프에 투자한다.

출전 선수 중 최연소자인 리처드 리(16)는 재미동포다. 한국 이름은 이태훈이다. 72년 캐나다로 이민 간 아버지 이형철씨는 93년 한국에서 세미프로에 합격했다. 이태훈은 13세 때 미국 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재능을 드러냈다.

그의 목표는 타이거 우즈보다 더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최경주(나이키골프)와 이틀간 연습 라운드를 했으며 대회가 끝나면 프로로 전향할 예정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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