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짜리 우주관광시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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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 상공에서 무중력을 체험하고 푸른색을 띤 지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우주관광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유럽 합작 항공기 제조사인 EADS는 내년 우주관광선 생산에 들어가 2012년께 상용 비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AFP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 운영하는 버진 갈락틱은 이보다 3년 앞선 2009년 우주관광선을 띄울 준비를 하고 있다.

EADS의 우주관광 요금은 19만9000~26만5000달러(약 1억9000만~2억5000만원), 버진 갈락틱은 20만 달러. 우주를 다녀오는 전체 관광 일정 1시간30분에 단지 3분간 지구를 보는 값치고는 너무 비싼 편이다. 그러나 4월 미국 억만장자 찰스 시모니가 러시아 로켓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을 왕복할 때 20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EADS 측은 2020년에 가서는 해마다 2만 명의 우주관광객 중 3분의 1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EADS 산하 아리안 로켓 제조사인 EADS 아스트리움은 13일 파리에서 우주관광선 모형을 공개했다. 우주관광선은 일반 비행기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기존의 일반 공항에서 제트엔진으로 이착륙하게 된다. 항공기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고도 12km 상공에 이르면 제트엔진은 멈추고 로켓 엔진이 점화된다. 이때부터는 중력의 3배(3G) 속도로 1분20초 만에 고도 60km까지 치솟는다. 이후 로켓 엔진도 멈춰지며 관성의 힘으로 목표 궤도인 지상 100km까지 올라간다.

우주관광객들은 비행선 안에서 우주인들처럼 둥둥 뜬 상태에서 무중력을 몸으로 느끼면서 태양과 달을 배경으로 지구의 환상적인 모습을 감상하게 된다. 비록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평생 잊기 어려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우주관광선은 1명의 조종사와 4명의 관광객으로 탑승 인원이 제한된다. 이착륙시의 충격과 엄청난 비행 속도에도 편안한 여행이 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좌석이 설치된다.

이들은 관광을 마치면 다시 4.5G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온다. 이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견뎌내는 중력부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여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1주일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EADS 측은 민간 자본을 유치할 계획이지만 엔진이 생산되는 독일 바이에른 주 정부 등이 투자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경환 기자

◆EADS(European Aeronautic Defence and Space)=유럽의 다국적 거대 항공.우주.군수 기업으로 2000년 7월 프랑스의 에어로스파이알-마트라, 스페인의 CASA, 독일의 DASA가 합병해 탄생했다. 이 분야에서 BAE 시스템스에 이어 유럽 2위의 거대 기업이다. 여객기를 만드는 에어버스 부문, 헬기를 만드는 유로콥터 부문, 라팔.미라주2000.유로파이터 같은 전투기를 만드는 국방.안전시스템 부문과 함께 우주산업을 맡은 EADS 아스트리움 등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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