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75억 달러의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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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5살 소년은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보다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장사하기를 원했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년은 이렇게 다짐했다. "어른이 되면 이런 식으로 살지는 않겠다."

머리가 좋았던 그는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투자회사 리먼 브러더스에 들어갔다. 이어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모펀드를 설립했고, 기업공개로 75억 달러를 벌게 되면서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즈먼(60.사진) 회장.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과 함께 세계 사모펀드 업계 1~2위를 다투는 블랙스톤은 현재 기업공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85년 선임 회장인 피터 피터슨(80)과 함께 블랙스톤을 설립한 슈워즈먼은 이번에 자신이 보유한 지분 중 5억 달러어치를 매각한다. 매각 후 남은 지분은 약 24%로 70억 달러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공격적인 리틀맨'으로 불리는 키 1m68㎝의 슈워즈먼이 "반드시 이긴다"는 자세로 블랙스톤을 키워 왔다고 전했다. 85년 직원이 둘이었던 블랙스톤은 현재 임직원 750명에 88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한다. 1972년 하버드MBA를 마친 슈워즈먼은 리먼 브러더스에 들어가 특유의 성실함과 적극적인 태도로 승승장구, 31살에 인수합병(M&A) 부서를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다. 그가 리먼 브러더스에서 한 마지막 일은 자신이 커온 회사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매각하는 것. 그 일을 마친 뒤 더 이상 회사에 남아있기 싫었던 그는 함께 일하던 피터슨과 함께 85년 40만 달러를 투자해 블랙스톤을 만들었다.

피터슨이 첫 작품으로 5000만 달러짜리 펀드를 조성하자고 제안했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슈워즈먼은 "10억 달러를 만들자"고 주장했고 결과적으로 8억3000만 달러를 조성해 M&A에 나섰다. 그는 인수 경쟁이 붙으면 "상대를 죽인다"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유명했다. 2004년 독일 화학기업 셀라니즈 인수 당시 처음에 주당 17달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하자 24달러, 28달러, 32달러로 올려가며 결국 32.50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프리스케일 반도체 인수전에서 라이벌인 KKR과 맞붙었을 때는 당초 제안액에 8억 달러를 더 얹은 후 "24시간 이내에 결정하라"고 압박해 승리했다.

지기 싫어하는 그의 성격은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나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농구나 축구를 할 때 고난도 기술을 연마하고 장비도 철저히 갖추고 나왔다. 친구인 베어 스턴의 제임스 케인 최고경영자는 "그의 단점은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일대 시절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한 방에서 생활하기도 했던 그는 각계 각층에 친구가 많다. 올 2월 13일 60회 생일에는 가수 로드 스튜어트가 축가를 부르는 가운데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수백 명을 불러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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