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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샤토 라피트 로칠드… 절대 품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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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와인 숙성고.

여기 또 한 명의 로칠드 남작이 있다. 1853년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매입한 나다니엘 남작의 사촌 제임스. 19세기 후반 로칠드 은행 파리지점을 운영한 제임스 드 로칠드 남작은 프랑스 최고의 부자였다. 또한 그에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이 있었으니, '현대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리사 마리 앙투안 카렘이었다.

1868년, 제임스는 보르도 그랑 크뤼 1등급 와인 중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은 샤토 라투르를 사들인다. 지금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 이하 라피트)'다. 유럽 최고의 와인, 유럽 최고의 요리사. 이후 제임스 남작이 여는 파티는 더이상 여흥이 아니었다. 예술이 됐다.

그리고 다시 140년. 라피트는 여전히 최고다. 제임스의 직계손인 에릭 드 로칠드 남작 일가가 관장한다. 은행가인 에릭 남작은 바쁜 시간을 쪼개 보르도대학에서 양조학과 포도재배학을 공부할 정도로 와인에 열정적이다. 가랑비 흩뿌리는 이른 아침, 샤를르 슈발리에 사장의 안내로 라피트 순례에 나섰다. 라피트는 보르도 그랑 크뤼 샤토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대형 연못과 들장미 정원, 고풍스러운 성벽까지 그 아름다움 또한 400년을 이어온 명성에 값하기 충분했다.

슈발리에 사장이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양조장 입구에 놓인 대형 유리관 속 토양 샘플이었다. 흙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층이 형성돼 있었다. 슈발리에 사장은 "인간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땅의 깊이는 겨우 40㎝"라며 "좋은 포도밭은 결국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을 만드는 건 8할이 테루아르(Terroir, 토양.지형.기후 등 포도밭이 놓인 환경적 특성)"라는 '샤토 마고' 폴 퐁탈리에 사장의 말과도 일치했다. 라피트의 양조장은 오크 탱크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함께 사용한다. 슈발리에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오크 탱크를 선호한다"면서 "외부 온도 변화에 덜 민감하고 통 안에서의 (와인의) 움직임도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피트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장관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숙성고다. 1986년 스페인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이 2년여에 걸쳐 지었다. 이곳에선 매년 300명의 명사들을 초청해 음악회도 연다.

#시음해 보니=소박한 시음실에서 마침내 1994년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문을 열었다. "맛있다!" 목넘김까지 확실히 즐긴 뒤 맨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흔히들 라피트는 무개성의 개성을 지닌 와인이라고 한다. 균형미가 워낙 뛰어나 '강하다' '부드럽다'는 식의 표현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맛본 라피트 또한 그러해 그저 '맛있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13년이나 지났지만 향이나 색은 아직 소녀 같았다. 그것도 흰 이마가 아름다운 귀족의 영애(令愛)랄까. 라피트는 과연 라피트였다. 여기 또 한 명의 로칠드 남작이 있다. 1853년 '샤토 무통 로칠드'를 매입한 나다니엘 남작의 사촌 제임스. 19세기 후반 로칠드 은행 파리지점을 운영한 제임스 드 로칠드 남작은 프랑스 최고의 부자였다. 또한 그에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보물이 있었으니, '현대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리사 마리 앙투안 카렘이었다.

1868년, 제임스는 보르도 그랑 크뤼 1등급 와인 중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은 샤토 라투르를 사들인다. 지금의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 이하 라피트)'다. 유럽 최고의 와인, 유럽 최고의 요리사. 이후 제임스 남작이 여는 파티는 더이상 여흥이 아니었다. 예술이 됐다.

그리고 다시 140년. 라피트는 여전히 최고다. 제임스의 직계손인 에릭 드 로칠드 남작 일가가 관장한다. 은행가인 에릭 남작은 바쁜 시간을 쪼개 보르도대학에서 양조학과 포도재배학을 공부할 정도로 와인에 열정적이다. 가랑비 흩뿌리는 이른 아침, 샤를르 슈발리에 사장의 안내로 라피트 순례에 나섰다. 라피트는 보르도 그랑 크뤼 샤토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대형 연못과 들장미 정원, 고풍스러운 성벽까지 그 아름다움 또한 400년을 이어온 명성에 값하기 충분했다.

슈발리에 사장이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양조장 입구에 놓인 대형 유리관 속 토양 샘플이었다. 흙의 성질에 따라 다양한 층이 형성돼 있었다. 슈발리에 사장은 "인간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땅의 깊이는 겨우 40㎝"라며 "좋은 포도밭은 결국 타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을 만드는 건 8할이 테루아르(Terroir, 토양.지형.기후 등 포도밭이 놓인 환경적 특성)"라는 '샤토 마고' 폴 퐁탈리에 사장의 말과도 일치했다. 라피트의 양조장은 오크 탱크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함께 사용한다. 슈발리에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오크 탱크를 선호한다"면서 "외부 온도 변화에 덜 민감하고 통 안에서의 (와인의) 움직임도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피트가 제공하는 또 하나의 장관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원형 숙성고다. 1986년 스페인의 건축가 리카르도 보필이 2년여에 걸쳐 지었다. 이곳에선 매년 300명의 명사들을 초청해 음악회도 연다.

#시음해 보니=소박한 시음실에서 마침내 1994년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문을 열었다. "맛있다!" 목넘김까지 확실히 즐긴 뒤 맨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흔히들 라피트는 무개성의 개성을 지닌 와인이라고 한다. 균형미가 워낙 뛰어나 '강하다' '부드럽다'는 식의 표현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맛본 라피트 또한 그러해 그저 '맛있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13년이나 지났지만 향이나 색은 아직 소녀 같았다. 그것도 흰 이마가 아름다운 귀족의 영애(令愛)랄까. 라피트는 과연 라피트였다.

샤를르 슈발리에 사장 "품질 고르게 포도 10일간 수확"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샤를르 슈발리에(54.사진) 사장은 전형적인 농사꾼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정체성 또한 경영자라기보다는 와인 메이커에 가깝다. 1983년 양조기술 책임자로 전격 영입돼 25년째 라피트의 맛을 책임지고 있다.

- 보르도 와인의 핵심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블렌딩에 있어 각각의 품종이 하는 역할을 무엇인가.

"카베르네 소비뇽은 오랜 숙성을 견디는 힘의 기본이 된다. 메를로는 와인에 보디(와인의 농도나 질감을 표현하는 말)를 준다. 카베르네 프랑은 독특한 아로마와 복합성, 미묘함을 선사한다. 프티 베르도는 최대 1%까지만 사용하는데, 단독으로는 도저히 마실 수 없지만 요리의 향신료 같은 역할을 한다."

- 당신이 사장이 된 뒤 라피트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80년대엔 전체 포도원 중 10곳의 샘플만으로 수확 시기를 결정했다. 수확 기간도 3주나 돼 전체 포도 상태가 고르지 않았다. 90년대 들어 이 관행을 확 바꿨다. 9월 초부터 매일 오후 본인과 어시스턴트가 직접 나가 모든 구획의 포도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다. 이를 토대로 애널리스트들이 정확한 수확 시기를 잡으면, 450명의 일꾼을 한꺼번에 투입해 열흘 안에 수확을 마무리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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