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그늘 머나먼 쏭바강 객주 소설집 개정판 출간 "붐"|몇 작품을 묶은 연작 장편도|표지·장정도 산뜻하게 단장|활자·행간조정…읽기 편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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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개정판 소설집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황석영씨의『무기의 그늘』, 박영한씨의 『머나먼 쏭바강』이 올 여름새로 출간된데 이어 최근 김주영씨의 대하역사소설『객주』, 조성기씨의 장편『에덴의 불칼』이 출간되며 개정판 소설집이 붐을 이루고 있다.
굳이 고칠 부분이 있어 이미 출간된 작품을 다시 손질해 펴내는 기존의 개작판과는 달리 개정판은 활자크기와 행간 등을 새롭게 해 읽기 편하게 만들었고 표지장정 또한 새롭고 산뜻하게 꾸민게 특징. 또 여러 다른 출판사에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한데 엮어 연작 장편형태로 만드는 방법으로도 이용되고있다.
81년 첫 권이 간행된 이후 1백만권 이상 판매돼 이제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힌 『객주』는 조선후기 보부상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작품.
내용에 전혀 손을 안대고 판형만 바꿔 전9권으로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개정판『객주』는 출간 1주만에 1천여권이 나갔다.
전7권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된『에덴의 불칼』은 젊은 날의 정신적·종교적 편력을 다룬 작품. 군대생활을 배경으로 내성적인 젊은 영혼의 사회적 눈뜸을 다뤄 85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라하트 하헤렙」등 이미 발표한 조씨의 장편 7편을 묶어 하나의 연작장편으로 내놓았다.
개작이나 선집·전집이라는 기존의 작품을 손질해 다시 내놓은 방법과는 달리 작품에는 거의 손을 안대고 장정과 판형만 바꿔 다시 내놓는 개정판 소설은 현 소설풍토와도 무관하지 않다.
소설의 위기론을 들먹일 정도로 역사·야담류 소설이나 신세대들의 가벼운 감각적 소설이 판치는 시점에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정통소설문법을 구사한 진지한 작품들로서 소설의 진정성을 반성해보자는 문단·출판계의 의도도 있어 스테디셀러작품들의 개정판들이 잇따라 출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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