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서정춘(1941~ )
박용래는 훗승에서 개구리가 되었을라
상칫단 씻다 말고 그리고…… 그리고……
아욱단 씻다 말고 그리고…… 그리고……
죽은 홍래 누이 그립다가 그리고 …… 그리고……
박용래는 훗승에서 그리고로 울었으라
이승의 시인에겐 열 여자가 있었는데 아홉이 버리고 떠났다. 마지막 "여자도 곧 나를 버릴 것이다" 하였다. 내부에 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인식. 이 가난의 마음에 햇살 드니 이게 장자의 허실생백 아닐까. 그리고 접속부사 '그리고'. 그 뒤에 무슨 말이 와야 하는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아무것도 아닌 허사 '그리고'가 이 시의 중심어다. 시에서 때론 자동사가 명사보다 깊고 자동사보다 허사가 전부일 때 있다. 박용래는 끝내 그리고 그리고 울 것이다.
<고형렬.시인>고형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