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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사협상 최대 이슈는 … 정년 늘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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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년 늘리기'가 올해 기업들 임금 및 단체협상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년을 늘려 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회사 측이 수용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지면서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을 중시하는 풍조가 올 단체협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S전선은 이달 초 단체협약을 하면서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렸다. 동시에 53세부터는 임금을 올리지 않다가 59, 60세 2년간은 피크 임금의 85%만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LG전자.LG필립스LCD.LG마이크론도 올해 일제히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늦추는 대신 임금은 56세부터 매년 10%씩 덜 주기로 했다.

유한킴벌리도 올해부터 정년을 55세에서 57세로 늘리면서 56, 57세 때는 입사한 지 만 5년이 된 직원의 급여만큼만 주기로 했다. 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한진중공업 노조는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으며, STX조선도 57세에서 59세로 정년 연장을 추진 중이다.

기업의 정년이 60세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년을 늘리지는 않았으나 올해부터 정년 퇴직자 가운데 업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을 2년간 재고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사이 정년 퇴직한 72명 중 절반가량인 35명이 재입사했다. 지난해 삼립식품은 정년을 58세에서 59세로, 아세아제지는 55세에서 58세로 각각 늦추고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년 연장은 특히 제조업체 사이에 확산하는 추세다. 청년들이 생산직을 기피하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해진 기업들의 입장과, 고용 안정을 바라는 노조의 요구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금융기관과 공기업들이 정년을 연장하는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직장에서 정년을 늘릴 경우 청년 실업난 해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수자원공사.수출입은행.산업은행 등은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서 정년을 59세로 늘렸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팀장은 "고용 안정과 숙련된 인력 유지라는 노사 간 이해가 맞아떨어져 정년을 늘리는 현상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노조의 일방적인 자리 보전 요구에 밀려 정년을 연장할 경우 그만큼 청년 실업이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권혁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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