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제주」 바가지 상혼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얼마전 여행사를 통해 3박4일간의 신혼여행을 갔다왔다. 개별적인 관광이 아니기에 다소 부자유스러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해진 여행계획에 엉뚱한 프로그램이 두개씩이나 끼여 있어 모처럼의 신혼여행 기분이 크게 상했다.
예컨대 감귤농장을 견학시켜 준다고 하고는 감귤 밭에서 관광협회가 공인(?)하는 영지버섯의 효능을 장황하게 소개하고 구입을 권유하는 것이 전부였다. 영지버섯의 소개를 들으러 그 귀중한 신혼여행을 온 것은 분명 아닌데….
이러한 상황은여행 이틀째의 민속촌 방문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속촌에 대한 소개와 관광은 극히 형식적일 뿐 역시 주목적은 토산품판매에 있었다. 일행이 토산품에 대해 별 반응이 없자, 현지 안내원은 인사도 없이 사라져 다른 관광팀을 맡고 있었다. 씁쓸한 기분이 저절로 느껴졌다.
더욱 심각하게 느낀 것은 두곳 모두다 신혼부부관광팀들도 들르도록 되어 있는 필수관광코스란 점이었다. 얼마나 많은 신혼부부들이 이런 필요없는 관광(?)으로 시간을 허비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니 울화통이 터졌다.
다음으로 또 한번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은 관광협회 소속의 사진및 비디오 촬영기사들의 행동이다. 관광 첫날, 버스에 동승할 때는 단지 신혼부부들의 사진촬영을 돕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후에 알고 보니 딴 속셈이 있었다.
필자를 포함하여 다른 신혼부부들은 순진하게도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갖은 포즈를 취하며 사진과 비디오촬영에 임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상한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비디오는 60분까리 테이프 1개에 10만원이고 사진은 30장 정도 찍으변 15만원 가량의 비용이 족히 나온다고…. 이것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필자부부는 기사들과 숨바꼭질을하다시피 하면서 그들의 카메라를 피해다녔다. 혹 바가지나 쓰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촬영단가도 알려 주지 않은채 무조건 사진을 찍게 하고 엄청난 값을 요구했다.
아직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비애감마저 들었다. 즐거워야 할 신혼여행지에서 비열한 상술(?)로 신혼기분이 무참히 짓밟혀 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제연 폭포·성산 일출봉·용두암 등은 매우 인상깊게 남아 있을 정도로 멋있었다. 제주도가국제관광명소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후배 신혼부부들에게도 신혼여행지로서 제주도를 주저 없이 권고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권오복<서울 노원구 월계2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