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국민銀, "한판 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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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통신사 간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바일뱅킹(mobile banking)을 둘러싸고 국민은행 진영과 SK텔레콤 진영이 팽팽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최대 강자인 SK텔레콤이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해 2~5위권 은행과 손잡고 금융시장 진출을 노리자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2~3위권 통신사와 손잡고 맞서는 형국이다.

25일 금융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집적회로(IC)를 이용한 칩(chip)을 내장한 휴대전화만으로도 결제.송금.현금인출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은행과 통신사들의 모바일뱅킹 제휴가 급진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부터 국내 최초로 LG텔레콤과 손잡고 뱅크온(BANK-ON)서비스를 시작, 4개월 만에 26만대를 판매했다.

이에 질세라 SK텔레콤은 우리.하나.신한.조흥은행과 손잡고 엠뱅크(M-BANK)서비스를 내년 3월께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두 업권의 1위(고객 수 기준) 기업인 국민은행과 SK텔레콤의 제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양측은 지난 10월께 제휴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했으나 칩의 발급.관리 주체를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등을 돌렸다.

당시 SK텔레콤 측은 "은행이 발급하는 금융칩과 별도로 칩(모네타칩)을 함께 발급하겠다"고 요구했으나 국민은행이 "은행의 고유 영역을 침범한다"고 맞서 무산됐다.

이후 양측은 상대방의 업계에서 제휴 파트너를 끌어들이며 모바일뱅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세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내년 1월 시작되는 휴대전화 번호 이동성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SK텔레콤에서 1백50만명의 회원을 빼앗아 오기 위한 국민은행과 LG텔레콤.KTF의 공세가 거세졌다.

국민은행은 LG텔레콤과 뱅크온 기술을 업계에 공개해 KTF를 제휴 파트너로 끌어들였고, 제일은행과 기업은행도 LG텔레콤의 뱅크온을 채택하며 국민은행 진영에 합류했다. 또 농협도 KTF 또는 LG텔레콤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서 SK텔레콤은 우리.하나.신한.조흥 등 국민은행의 경쟁 은행 그룹을 감싸안고 나섰다.

SK텔레콤은 이들 은행과 제휴하면서 금융칩과 모네타칩을 동시에 발급하는 듀얼 칩(dual chip)방식을 약속받았거나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에 따른 눈앞의 수수료 수익에 눈이 멀어 가까운 동업자를 버리고 미래의 천적과 손잡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가 은행이 되려는 것도 아닌데 칩을 별도로 발급한다고 금융시장의 기득권을 잠식한다고 보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수석연구위원은 "통신사가 자체 칩을 발급하면 금융결제원을 통하지 않고도 결제.송금 등이 이뤄져 건전성 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이 금융과 통신의 결합에 따른 문제점을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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