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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집 경비원에 절도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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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용진(39) 신세계백화점 부회장이 5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열 달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정 부회장 자택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한 S보안업체 직원 김모(27)씨의 소행이었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1일 정 부회장 집에서 29회에 걸쳐 5700여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김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중순 보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정 부회장의 손가방을 뒤져 1만원권 돈뭉치에서 석 장(3만원)을 빼냈다.

이후 김씨는 정 부회장 집 수행비서에게서 정 부회장의 손가방을 넘겨받은 뒤 방에 갖다놓는 척하면서 10만원권, 100만원권 자기앞수표들을 빼돌렸다. 많게는 100만원권 수표 석 장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달까지 27차례에 걸쳐 모두 5316만원의 현금과 수표를 훔쳤다고 한다.

김씨는 정 부회장의 명품에도 눈독을 들였다. 지난해 11월 정 부회장의 방에 들어가 구찌 양복 윗옷(시가 200만원 상당)과 돌체 앤 가바나 구두 한 켤레(100만원 상당)를 훔치기도 했다. 올 5월에는 한 벌당 30만원짜리 돌체 앤 가바나 티셔츠 세 벌과 모자를 몰래 가져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정 부회장은 5월 말 자신의 물건과 돈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수상히 여기고 관리인 정모(43)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관리인 정씨는 일련번호를 일일이 기록하며 수표가 사라질 것에 대비했다.

이를 몰랐던 김씨는 이달 5일 100만원권 수표 한 장을 훔쳐 정 부회장 자택 인근의 현금지급기에 입금했다. 이 장면이 은행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수표의 일련번호를 대조해 김씨를 범인으로 지목, 9일 오후 정 부회장 집으로 출근하던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쉬쉬=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훔친 돈을 모아 올 2월 BMW 미니쿠퍼 승용차를 샀다. 차 값 3600만원 중 절반은 현금으로 냈고, 나머지는 할부로 처리했다.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였다. 여자친구를 위해 은평구 신사동에 월세 60만원짜리의 방을 얻어 주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 집에서 100만원권 수표 네 장과 정씨의 명품 옷가지를 찾아내 정 부회장 측에 돌려줬다. 김씨는 신세계백화점의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경비업체에 2005년 9월 입사해 지난해 8월부터 정 부회장 집 경비원으로 파견근무해 왔다. 사건 처리와 관련, 경찰은 5일 관리인 정씨의 신고를 받은 뒤 정 부회장을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에 보낸 영장의 범죄 사실에는 정 부회장 대신 관리인 정씨가 피해자로 적혀 있었다. 방배서 관계자는 "단순한 직원 실수"라고 해명했다.

권근영.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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