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Family건강] 약 카드 만들고 섞어 먹기 조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심장병(한국 3위). 2위(암.한국 1위).3위(뇌졸중.한국 2위)까지는 한국인과 순서만 바뀌었을 뿐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4위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에선 당뇨병이지만 미국에선 약 부작용이다. 미국에서 연간 10만 명이 적절하게 처방된 약 부작용으로, 8만 명이 제대로 처방되지 않았거나 소홀한 약 관리로 인해 사망한다.

이 조사 결과는 1998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돼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10년간 치러진 베트남 전쟁(5만 명 사망)이나 9.11 테러(약 3000명 사망)보다 희생자가 훨씬 많아서다. 그렇다면 약 부작용으로 숨지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관련 통계도 없다. 상당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약을 유난히 좋아하는 데다 약 부작용 관리가 미국보다 허술해서다. 약화사고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약 카드를 만들자=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은 없다. 그런데도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의 이름이나 적정 복용량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다양한 약을 자주 먹는 사람은 명함 크기의 약 카드를 만든 뒤 수첩에 넣어 늘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현명하다. 약 카드엔 현재 복용 중인 약 이름, 1회 복용량, 하루 복용 횟수(시간), 복용을 시작한 날, 처방전을 써준 의사 이름을 기록한다. 본인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함께 복용할 수 없는 약 이름도 함께 적는다. 이 약 카드엔 또 이따금 먹는 일반약과 영양제(비타민제 등).허브 등도 기록한다. 이런 것들이 전문약(의사 처방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약)과 반응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이 약물 카드는 의사를 만날 때마다(응급실 포함) 보여줘야 한다.

◆약 복용을 결정하는 사람은 나=의사는 늘 바쁘다. 특히 국내 병원 환경에선 의사가 자신이 처방한 약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낱낱이 설명해줄 시간이 없다. 따라서 환자 본인이 처방받은 약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약 설명서엔 복용법.경고.잠재적인 약 부작용 등이 쓰여 있다. 인터넷.전문서적을 통해 복용 중인 약의 부작용을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운 약을 복용한 뒤 몸에 어떤 부정적인 변화나 증상이 나타나면 약 부작용 가능성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반약은 안전하다는 믿음에서 벗어나자=일반약은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다. 이런 약은 안전하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일반약의 부작용으로 숨지는 사람이 연간 1만6000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부작용(출혈성 뇌졸중) 가능성이 있어 국내 시장에서 퇴출된 페닐프로패놀아민(PPA) 성분의 감기약도 일반약이다. 또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감기약은 일반약이지만 에리스로마이신이란 항생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약은 안전하다'는 그릇된 신화가 환자의 경계심을 무장해제시킨다는 것이 가장 고약한 문제다.

◆적극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아라=복용 뒤 혈액검사를 통해 간.갑상선.골수.신장 등 손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약이 여럿 있다. 스타틴제제(조코.리피토 등)같은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약도 여기에 속한다. 의사나 약 설명서에 "약 복용 전후에 간기능 검사 등 혈액 검사를 받으라"고 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런 권고는 철저히 따라야 한다.

미국에서 대형 약화사고(간 손상)를 일으켜 시장에서 퇴출된 레줄린(당뇨병 치료제)의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년에 걸쳐 이 약의 부작용을 경고했으나 1% 미만의 환자만이 간기능 검사를 받았다. 이는 수많은 사람을 숨지게 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는 것이 약화사고를 줄이는 방법이다. 검사 수치가 이상을 보이면 바로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도움말:강동성심병원 황보영 약제과장, 경희대병원 송보완 약제부장, 서울대병원 손인자 약제부장

◆참고:'약이 사람을 죽인다'(웅진 리빙하우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