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락사 의사’ 케보키언 석방 후 논쟁 가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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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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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안락사와 존엄사(연명치료 중단)를 구별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안락사 논쟁이 불붙었다. ‘Mr. Death’로 불리는 미국의 병리과 의사 잭 케보키언(79·사진)이 1일 8년간 복역 후 가석방되면서다. 그는 1990~98년 130여 명의 안락사를 도왔다. 98년 루게릭 말기환자 토마스 욕(52)에게 독극물을 주사해 안락사시키는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했고,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방영됐다. 케보키언은 2급 살인죄로 10~25년 형을 선고받았다.

일본선 뇌사자 호흡기 뗀 의사 검찰 송치 '존엄사' 논란

그는 5일 석방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나의 새 임무는 자살(안락사)을 돕는 게 아니다. 죽을 권리에 대해 교육하고 안락사가 합법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보키언이 토마스 욕에게 약물을 주사한 행위는 안락사에 해당한다. 미국 오리건주는 의사가 독극물을 처방해 환자가 이를 주입하는 의사 조력(助力) 자살을 허용하는 유일한 주다. 케보키언의 행위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오리건주에서는 1997~2006년 292명이 의사 조력 자살을 택했다. 이 법은 18세 이상이고 6개월이 남지 않은 말기 환자로 제한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0년 의사가 말기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독극물을 주입하는 안락사 제도를 세계 최초로 합법화했다. 벨기에가 뒤따랐다.

요즘은 안락사보다는 존엄사를 인정하자는 흐름이 강하다. 미국은 96년 환자 자기결정법을 제정해 환자가 임종 상황이 왔을 때 심폐소생술ㆍ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할지를 미리 서면으로 정하고 의사가 이에 따라 진료하다 사망하면 책임을 묻지 않도록 했다. 프랑스는 2005년 4월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할 권리를 인정하는 ‘인생의 마지막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대만도 2000년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법을 만들어 환자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담은 카드를 도입했으며 이를 따르면 의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존엄사 논쟁이 가장 뜨거운 데가 일본이다. 지난 5월 와카야마(和歌山)현 경찰이 현립의대 부속병원에서 뇌사(腦死) 상태에 빠진 여자 환자(88)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50대 의사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환자는 뇌수술을 받았지만 출혈이 멎지 않아 호흡이 정지됐다.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뇌사에 빠지자 가족들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며 인공호흡기 제거를 요청했고, 의사는 이를 거부했지만 재차 요청을 받고 제거했다.

지난해 3월에는 도야마(富山)현 이미즈(射水) 시민병원 외과부장이 환자 7명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숨지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의사는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가족의 구두 동의를 얻어 호흡기를 뗐다고 한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2005년 5월에는 홋카이도(北海道) 하보로 병원에서 무호흡 상태인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의사가 살인 혐의를 받았지만 기소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해 4월 ‘종말기 환자 의료지침’을 만들었다. 환자의 자기 결정을 기본으로 하되 치료의 중지 여부는 ‘의료ㆍ케어팀’의 판단을 구하도록 권고했다.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는 가족의 뜻을 환자의 ‘추정 의사’로 간주하도록 했다. 하지만 종말기 환자의 개념을 정의하지 않았고 치료 중지를 용인하는 요건에 대한 논의는 연기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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