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장보다 값진 “기능금메달”/한양공고 전국대회 「금」셋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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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반기업체 참가자들도 제치고 개가/“학력제일주의 세태 이젠 달라졌으면”
국내 유수기업체 기능인들까지 참가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서울의 한 공업고등학교가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따냈다.
오랫동안 뿌리박힌 「학력제일주의」가 마침내 학력인플레현상을 일으켜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이 소식은 기술입국의 주역을 꿈꾸고 있는 많은 실업계 고등학생들에게 희망을 던져준 낭보중의 낭보다.
화제의 학교는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한양공업고등학교(교장 박남건·61).
14일 오전 11시 이 학교 운동장에는 전교생 1천5백명과 교직원 그리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선배동문,학부모들까지 참석한 가운데 제27회 전국기능경진대회 금메달 최다획득을 축하하는 성대한 환영회가 열렸다.
환영회는 기능경기대회 제패소식에 신이 난 선배 동문들이 앞장서 마련했다.
한양공고는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에서 주최한 이 대회에 모두 6명을 출전시켜 창호부문의 윤우한군(19·건축 3),전기기기부문의 김정민군(19·전기 3),목공부문의 정재훈군(19·건축 3) 등 3명이 금메달을 차지하고 건축제도부문에서 정태준군(19·건축 3)이 장려상을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는 단체 최우수상을 받은 현대중공업과 같은 숫자의 성적.
『52년의 학교역사 가운데 이렇게 경사스런 날은 처음입니다.』
백발이 성성한 1회 졸업생 강창기씨(66)는 금메달을 차지한 후배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쓸모 없는 대학졸업장 보다는 수십배 값진 금메달』이라고 자랑했다.
국내 1백17개 기업체와 2백39개 학교에서 출전한 1천84명이 46개 부문에서 자웅을 겨룬 이번 대회에서 한양공고가 거둔 성적은 착실한 학교교육을 통해 이뤄낸 결실이란 점에서 더욱 값진 것이다.
백 교장은 『대회참가를 위해 학생들이 수업을 빼먹고 연습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공고진학이 적성에 맞는 진로결정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중2때부터 공고진학을 결심했다는 창호부문 금메달 수상자 윤군은 『하는 일이 재미있기 때문에 밤을 새도 피곤함을 몰랐다』며 졸업후에도 한길을 닦아 『일등 기능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 교장은 『보다 많은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기능을 선택,기능인으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기술입국의 지름길』이라며 체육특혜자들처럼 전국 기능대회에서 상위입상한 공고학생들에게도 대학진학의 특혜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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