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대치…정국 안개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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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논란이 세밑 정국을 냉기류로 몰아넣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4일 의원총회에서 전날 정개특위에 기습 상정된 선거법안을 "실패한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에 대해 최소한의 협상조차 거부하고 폭거를 자행한 것은 헌정사에 남을 독선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야 3당의 선거법안을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를 위한 게리멘더링"이라고 주장했다. 김원기 공동의장은 "朴전대표의 지역구인 고흥 인구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0만명을 간신히 넘어 인구 하한선 시점을 3월 31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개혁 이미지만을 날치기하려는 비열한 구태정치"라며 발끈했다. 朴전대표는 "지지도가 답보 상태니까 민주당을 해체하지 못한 분풀이,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순형 대표는 "이달 말까지 선거구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모든 선거구가 무효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의원 16명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의원 정수와 정치개혁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성희롱 논란도 겹쳤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23일 밤 목요상 정개특위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던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게 "안방에 여자가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거지"라고 말한 게 발단이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24일 "어제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며 "국회 윤리위 제소 등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선거법 어떻게 되나=산 넘어 산이다. 법 통과를 위해선 선거구 획정 작업.정개특위 전체회의.국회 본회의 절차 등이 남아 있다. 연내에 될지도 미지수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이날 "정치개혁 관련 법안은 각 당 합의로 결정할 사안이지 직권 상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합의가 안 될 경우 격돌이 불가피하다.

이날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선거법 등 정치개혁법안 처리를 논의하는 4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열린우리당도 25일 중 4당의 대표.원내총무 등 8인 회담을 열어 정치적 타결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은 "정개특위가 활동 중인 만큼 대표들이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나라당은 "언론.시민단체에서 의원 수 증가를 반대할 경우 당초의 당론대로 의원 수를 2백73명으로 동결할 수 있다"고 해 실낱 같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박승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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