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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승리 굳어졌다”/미 대선후보 TV토론 전문가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부시 경제관 유권자 감각 겉돌아/페로,위트 돋보였지만 인기 한계
『게임은 이미 끝났다.』
11일 미 대통령후보 3인의 첫 TV토론을 지켜본 미국 선거전문가 베드 데커의 관전평이다.
그는 다음달 3일의 미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벌써부터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선거분석가들도 이날 TV토론 결과 클린턴후보의 승리가 더욱 굳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TV정책토론은 전통적으로 인기가 뒤진 후보에게 반전의 기회로 이용돼 왔고 따라서 열세인 부시진영의 토론제의도 이를 노린 것이었으나 별로 유익한 것이 되지 못했다.
7천5백만 미국인이 시청한 토론에서 부시는 경제정책에 대한 실패로 클린턴과 페로의 협공을 받으면서도 현재의 미국 경제가 결코 나쁘지 않다는 주장과 냉전을 종식시킨 공만을 역설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주목을 얻지못했다.
미국인들이 경제와 생활의 질의 퇴보를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인 부시가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 이상하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부시는 클린턴의 과거 런던에서의 반전 데모경력을 들어 성실성과 판단력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전체적으로 경쟁자를 공격하는 것 외에 미국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사 비해 클린턴후보는 자신의 애국심에 대한 공격을 매카시즘적 국력분열책으로 반격하고 자신을 변화의 주자로 부각시키며 이를 위한 청사진을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그의 자세는 지도력과 진지성,그리고 국민의 마음을 읽는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평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지지도는 선거를 앞두고 큰 실수가 없는 한 결코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주전 ABC방송의 예상은 클린턴이 31개주를 휩쓸어 당선에 필요한 2백70명 보다 훨씬 많은 3백7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점쳤다.
페로후보는 이 토론에서 직설적이고 소박한 위트 등으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계속적인 인기상승이 기대된다.
경험이 없다는 부시의 지적에 『내 경력에 4조달러의 적자를 낸 경험은 없다』는 응수는 12년 공산당 정권의 경제실정을 꼬집으며 자신의 성취를 동시에 돋보이게 했다.
일부 방송의 조사와 전문가들이 이번 토론의 승자로 페로를 꼽는 것은 세 후보중 그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인기가 지난 7월 출마포기 직전 두 후보를 위협했던 수준까지 다시 올라가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토론에서 그의 부각이 내용보다는 쇼맨적인 자질에 기울어 있고 그의 정책이 재정적자 감축에만 집중돼 있어 광범한 지지로 이어질지는 의문인 것이다.
페로 지지자의 상당수가 이미 변화의 기수인 클린턴쪽으로 가 있는데다 클린턴의 지속적인 우세에 따라 지지자들이 마음을 되돌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페로인기의 상승은 오히려 부시의 열세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는 부시가 박빙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는 텍사스 등 일부 주를 클린턴에게 넘기는 결과를 빚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데커 등 일부 선거전문가들이 과거 레이건이나 부시의 압승에 비견되는 승리가 이번에 클린턴에게 돌아갈 것으로 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여론조사는 또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전반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어 클린턴 행정부는 과거 어느 행정부보다 의회의 뒷받침을 강하게 받아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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