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한·중 여성 포럼' 한국에 온 중국 정치·외교계 거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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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부녀연합회 구슈롄 주석
"올림픽 때 한·중 여성 협력 추진"

"중국 남성들이 가사일을 도맡아서 한다고요? (크게 웃으며) 도움을 줄 뿐이지요. 남성들도 집안일을 하면 생활이 다채로워지고 재미도 있어요."

중국 최대의 여성단체인 전국부녀연합회 구슈롄(사진) 주석은 "중국 여성들은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말했다. 한국의 국회에 해당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부총리급) 직도 겸하고 있는 그는 6억3000만 중국 여성 중 2인자다. 인터뷰 내내 웃음과 활달함으로 인정 많은 이웃 아줌마 같았던 그는 "베이징 올림픽 개최 때 양국 여성들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이번 포럼에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구 주석과의 일문일답.

-여성 지도자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

"(팔을 저으며) 여성이 결코 남성보다 못하지 않다. 장쑤(江蘇)성의 성장으로 일할 때 우리 성의 경제성장 지수를 중국 전체의 2위로 올려놓았다. 여성은 부드러움이라는 장점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어울려 일하는 사회가 좋은 나라다."

-중국에서도 고위직 여성의 비율이 낮은가.

"성(省)의 고위직 여성이 5년 전 38명이었으나 올해 131명으로 증가했다. 중앙 정부의 부총리급은 2명이다. 성장급 여성 지도자는 전체의 10.3%, 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 여성 비율은 20.2%다."

-가정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

"정부와 협력해 쉼터를 만들고 여성들이 새로운 가정을 꾸미도록 도와주고 있다. 농촌에서는 아직도 가난한 여성들이 첩으로 팔려가는 일이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과 협력해 여성들을 구해 준다."

-최근 젊은 중국 여성들이 돈.부동산.차.학벌 등 네 가지 조건을 갖춘 남편감을 선호하고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대규모 선도 본다고 하던데.

"좋은 일자리를 찾은 뒤 그 다음에 좋은 남편을 찾아야 한다. 자립을 하려면 꼭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좋은 남편과 아파트만 있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중국 최고의 여성이 되기까지 성공 비결이 있다면.

"나는 농민의 딸이다. 계속 노력하는 길밖에 없었다. 이런 지위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나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 인민외교학회 양원창 회장
"중국·북한은 보통의 국가 관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우리는 북한과의 사이를 보통의 국가 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외교부와는 별도로 사실상 중국 민간 차원의 대외 관계를 이끌고 있는 중국 인민외교학회 양원창(사진) 회장은 이렇게 잘라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전쟁에서 북한을 지원했던 중국의 입장에서는 매우 튀는 발언이다. 세계 각 전문가들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아직은 '특수한 혈맹' 관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까지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맡았고 이제는 민간 차원의 중국 대외 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양 회장의 이 발언은 그가 중국 당국의 시각을 반영하는 한 책임자라는 점에서 매우 눈에 띈다.

그는 또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중국 개혁.개방의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어떻게 개혁.개방을 해야 할 것이냐에 대해 특별히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2.13 합의 이후 북한 핵 문제가 진전이 없는데.

"그래도 당시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이 문건을 통해 북한은 핵 문제에 관한 한 국제적인 감독을 수용키로 했다. 중간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2500만 달러 송금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민감한 정치 문제가 내재해 있어 각국 은행이 이를 모두 꺼린다. 과정상에 문제가 생겼지만 결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틀은 6자회담이다."

-남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한국의 대북 문제를 평가할 생각은 없다. 단지 중국은 이른 시일 내에 한반도가 평화적이면서 자주적인 방법으로 통일되기를 원한다. 경제적으로 한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방법으로 (개혁.개방)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한국이 금강산 관광길을 열고 개성에 특구를 만드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지금 입장에서 그 전망을 말하기는 어렵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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