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변화 소용돌이 옛 동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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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통일 독일의 옛 동독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중 하나는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는 보수를 위해 버팀목을 치고 천들을 드리웠으나 정작 공사는 진행되지 않는 낡은 성채, 한낮에도 모두가 어디론가로 떠나버린 듯 텅빈 거리 등에서 몇 십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듯한 기묘한 느낌을 갖게 되는 가라앉은 풍경.
또 다른 하나는 옛 서독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체가 옮겨오고, 좁은 길이 넓혀지고, 새로운 전화망이 연결되고, 거리에 화려한 부틱과 오픈 카페가 문을 여는 등의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하는 얼굴이다. 그처럼 지금 독일은, 특히 옛 동독지역은「변화의 소용돌이」속에 있다.
실제로 사회주의 국가였던 옛 동독지역은 거의 모든 집이나 아파트들이 국가에 속해 있던 까닭에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아주 싼 임대료를 내고 살아왔다. 따라서 주택의 적절한 보수나 현대화는 생각지도 못할 처지였다. 그들은 통일후 옛 동독지역의 상당수 공장 등 직장이 문을 닫자 직업을 찾아 미련없이 옛 서독지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편 브란덴부르크·메클렌부르크·작센·작센-안할트·뒤링엔 등 통일로 독일에 편입된 옛 동독의 5개 주에 독일 정부가 91년과 92년 쏟아 부은 엄청난 재정 지원은 달라지는 모습을 짐작케 한다. 2년 동안 총 2백40억 마르크(한화 약 1백30조원)를 지원했다.
그중 철도를 놓고 길을 닦는 등의 사회 간접 자본에의 지원이 가장 많아 56억마르크이며 직업 창출에 55억 마르크, 학교·병원·노인홈 등에 50억마르크, 주택 개량과 유지에 14억마르크, 지역 경제 지원에 12억마르크, 환경 보호에 8억마르크, 역사적인 건물 보수 등에 4억마르크, 주택 보수에 4억마르크 등이다. 옛 동독의 5개 주 중 4백90만명으로 가장 인구도 많고 산업화된 작센주는 역사적인 유물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도 유명한곳. 옛 동독 지역의 역사적인 건물의 약3분의 2정도가 작센주에 있다고 일컬어진다. 엘베강변에 발달한 작센주의 수도로 인구 약52만명의 도시 드레스덴은 특히 아름다운 역사적인 건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작센 선제후로 후에 폴란드왕이 된 프리드리히 1세 치하에서 건립된 르네상스시대의 대표적 건물 즈빙가 궁전은 바로크양식의 궁전으로 녹색의 원형천정이 유명하다. 역시 비슷한 시대에 건립된 유명한 건물로는 프라우엔 킬혜(성모교회), 드레스덴 국립오페라 극장 등이 있다.
그러나 즈빙가궁전의 지붕 위에 앉혀있는 천사 조각상들은 그곳으로부터 20㎞ 떨어진 체코의 공업지대로부터 불어오는 오염된 공기와 관리소홀 등으로 시커멓게 변색되고 일부는 마모되어 있었다. 프라우엔 킬혜 역시 콜총리가 개축을 위해 전국적인 모금 활동을 벌일 정도로 훼손의 정도가 심각하다.
『49년 이후 사회주의 국가가된 동독에서는 일체 문화재나 역사적인 건물들을 돌보지 않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것이 많습니다. 그 보수와 보존에도 엄청난 돈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서독출신으로 1년 전 작센주의 문화재단 설립담당관으로 파견돼 드레스덴에서 근무하고 있는 위르겐 우베 오라우박사의 얘기다.
독일정부가 91년 옛 동독지역의 문화부문 지원을 위해 쓴 돈이 약10억마르크(한화 약5천4백억원). 92년에는 약7억마르크, 93년에는 올해의 절반 수준인 3억5천마르크가 지원되리라고 그는 예측한다. 다른쪽의 부담때문이라는 것이다.<드레스덴=박금옥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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